이토록 트렌디한 막장극이라니. 화려한 바의 이면, 은밀히 감춰진 사랑 이야기가 피어난다. 주말드라마 단골 소재인 ‘불륜’이 서사 전면에 나오지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청춘을 고스란히 옮긴 듯한 공감 가는 대사와 상황이 간단없이 이어져서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이 웹드라마의 이름은 ‘엑스엑스(XX)’. 청춘의 연애를 재기발랄하게 풀어내며 누적 조회 수 5억회를 기록한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시리즈의 이슬 작가가 썼다. 최근 서울 강남구 네이버 콘텐츠 자회사 플레이리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직업물이자 워맨스(여성들의 우정) 소재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라며 “누군가의 비밀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극은 과거에 절친했다가 멀어진 엘리트 바텐더 윤나나(하니·걸그룹 EXID 멤버)와 재벌 사장 이루미(황승언)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낸다. 호응이 대단해 벌써 100만회를 웃도는 콘텐츠가 많다. MBC에서도 전파를 타는데, 심야 편성에도 2%(닐슨코리아) 정도 시청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가는 세련미를 뽐내는 배우들에게 흥행의 공을 돌렸다. 그는 “기획 단계부터 점찍어 둔 분들이다. 배우로 변신한 하니씨, 그리고 승언씨가 극 톤을 한층 젊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1020 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한 웹드라마는 대개 10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다. 한 회가 20~30분 정도인 엑스엑스는 미드폼 콘텐츠다. 그는 “농도 짙은 이야기를 위해선 극도 그만큼 길어지기 마련”이라며 “미드폼은 온라인과 TV로 양분된 젊은 층과 중·장년층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미래형 콘텐츠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생각하는 웹드라마 성공 법칙은 명확했다. “바이럴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중심 서사 외에 일화마다 ‘헤어진 커플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녹인다. 이 작가는 “모바일의 특징은 이탈이 쉬우면서도 빠르게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질문은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동시에 관심을 이끄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연플리 시즌5 제작에 관해서는 “미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벌써 차기작 구상에 들어갔다는 이 작가는 “계속 도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은숙 작가님을 존경해요. ‘도깨비’부터 ‘미스터 션샤인’까지 매번 새로운 걸 시도하시잖아요. 아픔을 딛고 커나가는 엑스엑스 주인공들처럼 저도 화제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성장하고 싶어요.”
강경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