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붙기로 했다. 대선을 불과 2년 앞두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대표주자 간에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 선거가 수도권은 물론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이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황 대표는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은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서울 종로 지역구에 출마해 문재인 정권심판의 최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일 수도권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한 달 넘는 시간 끌기 끝에 내놓은 결과다.
황 대표는 “제가 이번 종로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상대방은 (이 전 총리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다. 문재인 정권과 저 황교안과의 싸움”이라며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출마 지역 선정이 늦어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저의 총선 거취를 먼저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은 제가 무엇을 마다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황 대표의 출마로 종로는 총선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대선을 2년 앞에 두고 대선 주자들이 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 1위 대선주자가 선거관리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구도가 됐고,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대선주자로서도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 모두 사실상 차기 대선까지 걸고 싸우는 총력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초반 판세는 황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SBS가 지난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종로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대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53.2%의 지지율을 기록, 26%에 그친 황 대표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보수 진영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늦었지만 황 대표가 결단을 내린 만큼 보수층 결집 효과를 거두며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황 대표가 나선 종로를 중심축으로 수도권 지역구에 ‘거물급 인사’를 전진 배치하는 전략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역구를 정하지 않은 간판급 인사들의 배치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당내 반발에 직면했던 인적 쇄신의 동력도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보수 대통합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황 대표는 이번 주말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공관위 관계자는 “황 대표가 결단을 내린 만큼, 황 대표가 종로에서 승리하는데 당은 물론 보수 진영 전체가 힘을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