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 양극화가 방역 양극화로 이어져서야

입력 2020-02-08 04:01
마스크와 손소독제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 시중에 풀리자마자 순식간에 동나기 일쑤다. 중국에서 사망자와 확진자가 폭증하고 국내에서도 7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 중인 20대 남성 우한 교민이 24번째 환자로 확진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이제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됐다.

정부는 연일 마스크 수급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수요량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마당에 중국에 퍼주기까지 하냐는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인천국제공항 등을 통한 외국으로의 마스크 대량 반출 단속에 나섰다. 개인이 필요 이상의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단속하는 게 마땅한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정부는 또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다음 주부터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마스크와 손소독제에 대한 긴급수급 조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마스크 및 손소독제 생산자는 매일 생산량·국내 출고량·수출량을, 판매업체는 대량 판매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마스크와 손소독제의 매점매석이나 밀수출을 뿌리 뽑겠다는 건데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뛰면 생산자와 판매자는 나는 게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정부가 가용 가능한 역량을 총동원해 사회적 위기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그릇된 욕망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장을 이겼으면 한다.

위기가 닥치면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가격도 껑충 뛰었다. 소비자시민모임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이 최근 마스크 평균가격을 조사한 결과 2년 전에 비해 KF94는 2.7배, KF80은 2.4배 올랐다. 그나마 구하기도 어렵지만 판매된다 해도 취약계층이 매일 구입하기엔 만만찮은 액수다. 비용 부담 때문에 마스크 없이 지낸다는 서민들이 허다하다.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에 나섰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추세로 볼 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짧은 시간 안에 종식될 것 같지 않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소득 양극화가 방역 양극화로 연결되는 서글픈 현실이다. 정부가 필요한 예산과 인력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다소나마 방역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 지역사회 역할 또한 정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단 한사람도 예방 가능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힘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