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한출신 환자, 신촌 다가구주택서 나흘 체류

입력 2020-02-07 04:02
지난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중국 전용입국장에서 국내 연락처를 확인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23번째 확진자인 중국인 관광객 A씨(58·여)가 유동인구로 붐비는 서울 중구 호텔과 서대문구 신촌의 다가구주택에 묵으며 도심을 활보한 것으로 드러나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A씨는 병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입국해 정부 전수조사 대상이었지만 14일 동안 소재불명 상태였다.

혼선을 막겠다는 이유로 정부가 A씨의 정확한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자 서울시민들은 “국민 안전보다 행정편의가 우선이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A씨가 중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인 명동은 물론 대학생이 밀집한 신촌 지하철역, 연세대·이화여대 일대를 활보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6일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3일 관광과 함께 충남의 한 대학교 대학원생인 아들을 만나기 위해 가족 6명과 함께 입국했다. A씨 가족 8명은 입국 당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 머물렀고, 지난 2일 서대문구 다가구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마포구 홍대입구역과 서대문구 연세대 사이 창천동 주거단지에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흘간 지냈다.

A씨 가족이 머문 다가구주택은 지인에게서 빌린 가정집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 지하층에는 한 집에 여러 명이 사는 ‘셰어하우스’가, 지상층에는 일반 가정집이 밀집해 있다.

입소 사흘째인 5일 발열 증세가 나타났지만, 그는 보건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입국 외국인을 전수조사하던 서울시가 A씨 체류지를 파악해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감염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5일 의심환자로 분류된 A씨는 6일 양성 확정 판정을 받아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입국 시에는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발견되지 않아 정부 감시망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A씨가) 우한에서 감염된 상태로 왔고 (이후) 발병했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A씨 가족들은 “체류기간 접촉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계단이나 복도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도 적잖다. A씨를 뺀 남은 가족 7명은 음성 판정을 받아 주택에 격리된 상태다.

A씨 가족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촌 번화가는 대규모 감염 공포에 휩싸였다. 숙소가 위치한 지역이 연세대 홍익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의 학생들과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곳이기 때문이다.

A씨 가족은 이 숙소에 머물기 전 서울 중구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호텔에서 지냈다. 그러나 중구 측은 모든 동선 정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질본이 지자체에 “역학조사 정보를 따로 공개해 혼선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어서다.

서울시와 질본은 A씨의 남은 동선을 조사하고 있지만 A씨와 가족 모두 한국어를 하지 못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우선 확진자 이동 동선을 지도로 공개하기로 했고, 서대문구는 A씨 숙소 주변을 대대적으로 방역했다. 연세대·이화여대는 1학기 개강을 다음 달 2일에서 16일로 2주 연기하기로 했다.

한편 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23번 환자를 포함해 확진자 4명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확진자는 총 23명, 격리 조치된 접촉자는 1000명으로 늘었다. 우한 입국 전수조사 대상자 가운데 한국인 1명, 외국인 29명은 여전히 질본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