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재배기로 주방에서 채소 키워 먹는 시대 열린다

입력 2020-02-10 04:04
식물재배기에서 샐러드나 쌈으로 주로 먹는 로메인 상추가 자라고 있다(위 사진). 식물재배기는 와인셀러, 냉장고와 함께 빌트인으로 구성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제공

주방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식물 생육에 필요한 물, 햇빛, 토양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을 적용해 간편하게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식물재배기를 통해 생산되는 채소 시장 규모는 올해 108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양한 신가전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주방 인테리어까지 고려한 식물재배기가 전시객들의 눈길을 끌면서 신개념 프리미엄 가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는 CES에 앞서 식물재배기를 대중에 공개했다. 소비자들은 식물재배기 내부 선반에 일체형 ‘씨앗 패키지’를 넣기만 하면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 씨앗 패키지에는 씨앗과 토양, 비료 등 채소를 키우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모여 있다. 재배기에서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한 빛과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종합생활가전업체로서의 기술력을 식물재배기에 집약시켰다. 냉장고의 온도 제어 기술과 에어컨의 공기 순환 기술, 정수기의 급수 제어 기술 등을 적용해 복잡한 채소 재배 과정을 대부분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채소의 생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채소를 재배하는 단계마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예상 수확 시기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새싹채소는 2주, 잎채소는 4주, 허브는 6주 정도가 지나면 모두 자라 요리로 재탄생할 준비를 마치게 된다. 사용자는 냉장고 크기의 식물재배기에서 한꺼번에 총 24가지의 채소를 재배할 수 있어 그때그때 필요한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

식물재배기는 냉장고·와인셀러 등과 함께 주방 내에 빌트인 형태로 설치돼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가전들과 조화를 고려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도 CES에서 식물재배기를 공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시제품 단계인 삼성의 식물재배기 역시 사용자가 씨앗 패키지를 선택해 LED 빛과 물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채소를 키운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향후 상용화 과정에서 LG전자의 제품과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다만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식물재배기의 구체적인 출시 시점에 대해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소비자가 제품을 만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일반 냉장고를 웃도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이 분야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소형 제품 판매와 개발에 나서왔다. 2017년 식물재배기를 선보인 교원 웰스는 ‘웰스팜’이라는 브랜드로 렌털 사업에 나섰다. 월 2만원 수준의 비용으로 소형 식물재배기와 함께 사용자가 원하는 채소 모종을 정기적으로 배송받아 키울 수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