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상훈 윤정희 부부 (6) 만능 스포츠우먼 하민이 “언니처럼 선교사 될래요”

입력 2020-02-10 00:05
가족이란 울타리는 이렇게 또 확장되고 있다. 장성철 김수현 부부와 함께한 김하민양(오른쪽).

셋째 하민(18)이도 ‘늘사랑아동센터’에서 왔다. 2006년 아내(윤정희 사모)와 하은 하선 등 세 모녀가 앞장서 센터를 방문한 뒤 네 살짜리 작고 귀여운 하민이를 데려왔다. 하민이는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나 두 번의 수술을 받은 아이였다.

아내는 하민이를 위해 충남대병원 언어치료실을 주 2회씩 데리고 다녔다. 언어치료는 의료보험이 안 돼 재정적으로 어려웠다. 폐쇄성 모세기관지염을 앓던 둘째 하선이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과 많은 병원비가 들었던 게 생각나 하민이를 장애아동으로 등록하고 정부의 보조를 받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하나님이 지극히 정상인 아이를 우리 가정에 보내셨다는 믿음으로 장애아동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민아, 주님의 뜻을 믿어봐. 넌 발음이 조금 정확하지 않은 거야. 분명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하선이를 살려주신 하나님께서 하민이도 정상으로 자라게 하실 거야.” 아내는 하민이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며 기도하곤 했다.

부모가 아이를 믿고 아이와 함께하며 사랑할 때 아이도 변화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집의 11명 아이들이 그 증거다. 꾸준히 언어치료를 받으며 하민이는 자연스럽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의 아픔으로 사람들 바라보기를 꺼려하고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하민이를 위해 아내는 수영을 가르쳤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다.

수영을 하면서 하민이는 자신감도 생기고 시합에 나가 상도 받았다. 중학교에선 운동을 카누로 바꿔 중3 전국대회에서 동메달도 받았다. 운동으로 고교까지 진학할 줄 알았는데 하민이는 갑자기 하은 언니처럼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로 인해 집안이 또 한 번 뒤집어 졌지만 결국 우리 부부는 하민이의 꿈을 응원하기로 했다.

하민이는 선교사가 되는 데 필수인 영어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고, 검정고시를 거쳐 지난해 목원대 신학과에 수시로 합격해 다음 달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하민이는 경기도 용인 은혜샘물교회 장성철 목사님과 김수현 사모님 가정에서 지낸다. 은혜샘물교회는 선교 사역에 특화된 교회이고 김 사모는 특수교육학 박사여서 어린이 선교사역을 꿈꾸는 하민이에게 전문적 도움을 주고 계시다.

아내는 2018년 한국기독입양선교회를 창립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했는데, 우리는 모두 주님의 입양 자녀이기에 가정과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최대한 가정을 선물하자는 취지에 공감한 전국 200여 부부들이 모인다. 김 사모는 이곳에서 아내를 만나 아내를 엄마로 부르고 아내도 김 사모를 큰딸로 삼았다. 김 사모 아이들은 또 아내를 할머니로 부른다. 아내는 “벌써 할머니가 됐다”고 흥분한다.

장성철 목사와 김수현 사모 부부는 선교사를 꿈꾸는 하민이가 대학에 다니는 동안 전문적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렇게 가족이란 울타리를 확장하면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지면을 빌어 하민이를 또 다른 딸로 품고 가족의 울타리를 확장해 준 부부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