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 시대’의 종언… 시즌도 벌써 포기?

입력 2020-02-07 04:05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더마 드로잔(왼쪽)과 라마커스 알드리지. 미국 ESPN은 6일(한국시간) “샌안토니오가 드로잔과 알드리지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영원할 것 같았던 왕조도 이제 끝나는 것일까. 21세기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팀 중 하나인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미국 ESPN은 6일(한국시간) “샌안토니오가 더마 드로잔과 라마커스 알드리지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샌안토니오는 이날 현재 2019-2020 NBA 정규시즌 22승 28패로 서부 콘퍼런스 10위에 머물러 있다.

드로잔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23.2득점 5.7리바운드 5.2어시스트를 기록한 팀의 에이스다. 알드리지는 올 시즌 18.8득점 7.4리바운드를 올린 준수한 빅맨이다. 둘은 명실상부한 샌안토니오의 원투 펀치다. 트레이드 여부와 상관 없이 둘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 자체가 샌안토니오가 올 시즌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샌안토니오는 지난시즌까지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2000년대 이후 최고 명문팀으로 꼽혔다. 1997년 드래프트에서 훗날 NBA 최고 파워포워드로 성장하는 팀 던컨을 전체 1지명으로 뽑으면서 샌안토니오의 전성기는 시작됐다. 던컨은 데뷔 첫 시즌부터 21.1득점 11.9리바운드로 NBA 올퍼스트팀에 뽑히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미 리그 최고 수준의 센터로 자리 잡고 있던 데이비드 로빈슨과 함께 NBA 최강 트윈타워를 구축했다. 둘의 활약에다 명장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지휘 속 샌안토니오는 1999년 구단 사상 처음 NBA 챔피언에 올랐다.

로빈슨이 노쇠화한 뒤에는 유럽과 남미 출신 스타인 포인트가드 토니 파커(프랑스), 슈팅가드 마누 지노빌리(아르헨티나)가 차례로 입단하며 던컨과 호흡을 맞췄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포워드 카와이 레너드(2011년 데뷔)가 급속도로 성장해 팀의 전력을 지탱했다. 던컨이 중심을 잡고 있는 가운데 세대교체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샌안토니오는 총 다섯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샌안토니오 왕조는 2016년 던컨의 은퇴 이후 조금씩 흔들렸다. 그러다 팀의 중심인 레너드가 구단과의 불화로 2017-2018시즌 직후 팀을 떠나자 본격적인 하향세를 탔다. 레너드의 트레이드 대가로 토론토 랩터스에서 넘어온 드로잔도 좋은 활약을 했지만 팀을 우승권에 올리기에는 부족했다. 지난시즌 서부 7위로 가까스로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 기록을 이어간 샌안토니오는 결국 올 시즌 사실상 리빌딩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