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별연장근로 반대 소송 내겠다는 양대 노총의 무책임

입력 2020-02-07 04:01
탄력근로제 개편 철저히 외면하더니
신종 코로나로 인한 기업 고충도 무시
거대 노총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 갔나


반등 기미를 보이던 한국 경제가 중국 우한(武漢)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제조업체들은 중국에 맡겨온 부품 조달 차질로 생산을 전면 중단해야 하는 위기로 몰리고 있다. 자동차 가전 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장치산업들이다. 지난 4일부터 순차적으로 가동 중단에 들어간 현대자동차는 7일부터 국내 공장이 완전정지된다. 완성차 생산라인이 멈춰 서면서 부품업체들도 줄줄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정부는 품귀 현상을 빚는 마스크 제조업체 등에 대해 일정 기간 주52시간제 적용을 제외하는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국산 부품이 끊기면서 국산 수요가 폭증하자 자동차 부품기업 31곳도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했다. 그러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재난·재해에 준하는 상황에서만 허용해온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연장근로 사유확대는 탄력근로제 개선 입법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것이다. 양대 노총은 “국민 생명을 위협해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사업장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스크 제조업체에 대해 주52시간제 예외를 허용했을 때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현실과 동떨어진 경직적 주52시간제를 밀어붙인 정부에 있다. 기업 노사가 알아서 결정하면 될 근로시간을, 정부가 “어떤 경우에도 주당 52시간을 넘으면 엄벌에 처한다”고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후 탄력근로제 확대 등 제도 개선 요청을 철저히 외면한 민주노총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특별연장근로가 절실한 곳은 마스크 생산업체만이 아니다. 사태가 종료돼 중국의 부품 공급이 재개되든 다른 나라에서 조달되든 라인이 재가동되면 차 부품업체들의 연장근로는 불가피하다. 휴업기간 중 밀린 자동차 생산을 가능한 한 이른 시간 내에 복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총이 노조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건 맞지만, 국민 생명이 위협받고 경제가 흔들리는 이 시점에 연장근로에 반대해 소송까지 내는 건 지나치다. 노조들은 한국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면 회원 수가 각각 1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노총들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