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힘으로 윤석열 눌러놓고 이제야 소통하자는 추미애

입력 2020-02-07 04:02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깜짝 회동을 가졌다. 추 장관은 6일 오전 예정된 서울고검 청사 내 법무부 대변인실 분실(의정관) 개소식 참석에 앞서 대검 청사를 전격 방문해 윤 총장과 35분간 만났다. 지난달 7일 윤 총장이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새로 취임한 추 장관을 예방한 이래 한 달 만의 만남이다. 추 장관 제안으로 회동이 성사됐고, 법무부 장관의 대검 방문은 20여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양측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추 장관은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법무부 검찰의 협조와 소통을 당부했다. “개혁에 대한 대통령 말씀을 전하며 ‘서로 소통해 나가자’고 했고 윤 총장도 공감했다”고 추 장관은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갈등과 충돌이 계속 빚어졌던 점에 비춰 진정성 있는 대화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최근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으로 야권은 물론 진보 진영의 참여연대까지 비판에 가세함으로써 사면초가에 몰린 추 장관이 돌파구 차원에서 검찰 수뇌부와의 대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은 정의당마저 “타당성 없는 무리한 감추기 시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럼에도 개소식에서 취재진을 만난 추 장관은 정치적 공격을 감내하겠다며 비공개 결정을 재확인했다. 법과 관례, 국민 알권리 등을 무시한 막무가내 버티기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법무부가 의정관을 새로 만들었다는데 여전히 불통이다. 비공개 결정부터 철회하는 게 소통의 시작이다.

국가기관인 법무부와 검찰의 협조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추 장관 취임 이후 검찰을 힘으로 억눌러왔다.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현 정권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편가르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대립 구도를 유지해왔다. 지금 와서야 협조와 소통을 강조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수사는 수사대로, 개혁은 개혁대로 이뤄지기를 국민은 원한다. 형사사법체계의 대변화를 앞두고 권력기관 개혁과 민주적 통제 장치 마련도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이 사사건건 충돌한다면 국민 권익은 보호되지 않는다. 법무부와 검찰은 어떻게 하면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각자 심사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