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연내 서울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매각에 나선다.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통한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 반(反)조원태 진영에 속한 사모펀드 KCGI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명분 축적에 착수한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6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그룹 차원에서 매각 계획을 발표했던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사업 왕산마리나 지분 연내 매각을 본격 추진키로 결정했다. 3월 한진칼 주주총회와 표 대결을 앞두고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궤도에 올려 일반 주주들에게 경영권 확보 이유 및 변화에 대한 신뢰감을 어필하려는 수순으로 읽힌다.
대한항공이 매각에 나선 송현동 소재 토지(3만6642㎡) 및 건물(605㎡)은 당초 회사가 한옥호텔 건립 등의 사업 활용을 구상했던 자산이다. 인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역시 매각한다. 송현동 부지로 상징되는 유휴자산 매각에 더해 비주력사업 정리로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공교롭게도 둘 다 현 경영진과 맞서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관계가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호텔·레저사업에 애착이 큰 조 전 부사장은 회사의 해당 사업에 깊게 관여했었고, ‘땅콩 회항’ 전까지 왕산레저개발 대표를 맡았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한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주간사 선정 및 매각공고 등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는 안건도 의결됐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개편은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 차원으로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이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됐다. 거버넌스위원회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김 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조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은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도 경영쇄신안을 발표해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반조원태 3자 동맹을 압박해 나갈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