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17·19번 확진자가 5일 싱가포르에서 입국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검역망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17번 확진자(37세 한국 남성)와 19번째 확진자(36세 한국 남성)는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일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입국했다. 16번 확진자는 지난달 태국 여행을 다녀왔고, 18번 확진자는 16번 환자의 딸이다. 12번 확진자도 일본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모두 중국 방문 이력이 없다.
17번째 확진자는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뒤 회사로부터 공지를 받고 의료기관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환자는 지난달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1월 24일 귀국했다. 당시 이 남성은 콘퍼런스에 참석했는데, 이달 3일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사람 1명이 말레이시아에서 확진됐으니 주의하라’는 공지를 회사로부터 받고나서야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이 환자는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를 방문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입국 때도 별 조사가 없었고, 귀국 후 지난 3일 선별진료소를 방문하기 전까지 서울과 대구, 경기도 구리 일대에서 1주일 넘게 외부활동을 했다.
이 환자는 설 당일인 지난달 24일 오전 귀국해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이어 이틀간 수성구에 있는 부모 집과 북구에 있는 처가를 방문한 뒤 서울로 돌아갔다.
26일에는 발열 등이 있어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실에서 진찰받았으나 검사 결과 단순 발열로 나왔다. 싱가포르 방문자는 질병관리본부 지침상 관리대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구리 삼성서울가정의원에서 한 차례 더 진찰을 받은 뒤 구리종로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았다. 이후 시내 음식점 1곳(이삭토스트)과 마트 1곳(프리마트)을 다녀왔다. 열이 내리지 않자 이 환자는 지난 3일 시내 서울아산내과를 찾았다. 이 남성은 이날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을 이용한 뒤 95번 버스를 타고 귀가하기도 했다.
19번 확진자는 17번 확진자와 싱가포르에서 동일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지난달 23일 귀국했다. 이 환자도 자신이 참석했던 콘퍼런스에서 말레이시아 환자가 확진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고 관할 보건소에 연락, 4일부터 자가격리 중이었다. 현재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서울의료원)에 격리조치됐다.
감염 경로가 일본과 태국, 싱가포르까지 확대되면서 사실상 아시아 전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현 상태에선 중국 외 아시아에서 감염되더라도 입국시 집중 검역이 힘든 것도 문제다. 보건당국은 현재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받고 발열 체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나 태국, 싱가포르에서 입국할 경우 감염자를 가려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중국에 한정된 검역을 아시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망에서 모니터링 안 될 경우 (지역사회에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방역당국이 지금이라도 빈틈을 찾아서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3명의 추가 확진자가 생겨 국내 신종 코로나 환자는 총 19명이다. 확진환자와의 접촉자는 일부가 해제돼 전날 1318명에서 이날 956명으로 줄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