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16·18번째 모녀 확진환자가 발생한 광주에 ‘슈퍼 전염지’ 공포가 몰아닥치고 있다. 16번째 확진자 A씨(43·여)의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된 데 이어 모녀가 치료를 받던 21세기병원, 생활 반경인 광산구 일대 등에서 A씨가 1300여명을 접촉했다는 가짜 루머가 온라인과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있어서다.
광주시민들의 불안감은 A씨가 입원했던 같은 병원에서 한 달가량 딸인 18번째 확진자를 간호하며 지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고조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개인 종합병원 규모에 해당하는 21세기병원에 수많은 사람이 환자와 면회객으로 방문했던 만큼 이들이 신종 코로나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는 헛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광주시 보건 당국 등에 따르면 5일 광주 지역에는 ‘A씨가 직접 접촉한 사람이 최소 1300명이 넘는다’는 출처조차 불분명한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가고 있다. 또 광산구 소재 모 대형마트의 계산원으로 근무했던 A씨가 태국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이 마트에 출근해 일했다는 거짓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다른 마트 계산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A씨가 ‘해외여행’을 자랑하느라 친구 등을 찾아다녀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됐다는 터무니없는 얘기도 들린다.
A씨와 태국여행을 함께 다녀온 4명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172명의 주거지가 광주 화정·풍암·주월·염주동을 포함한 전국 각지라는 점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광주시민들은 A씨 가족의 정확한 동선을 전부 공개하라고 시청에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지고 있다. 시청에는 이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 수백통씩 걸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는 A씨 가족의 이동경로 확인을 위해 광주관제센터 등에서 확보한 CCTV 영상을 통해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 가족의 진술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날 A씨와 접촉한 직원이 근무하던 광주우편집중국이 임시 폐쇄됐으며 350명 직원 전원이 자가격리 조치됐다. 광주시는 시내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해 당분간 임시 휴원토록 조치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