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트럼프 대항마’를 뽑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초반 ‘깜짝 스타’로 부상했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며 대세론을 펼쳤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참패했다.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4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의 중간 개표 결과 부티지지 전 시장이 26.8%의 득표율(대의원 확보비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개표율은 71%로 나머지 투표가 집계된 후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오와 코커스 시작 전 ‘양강’으로 평가받았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희비가 엇갈렸다. 중간 개표 결과 샌더스 상원의원은 25.2%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며 부티지지를 바짝 쫓았다. 부티지지와의 격차가 1.6% 포인트에 불과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5.4%의 득표율로 4위에 머물렀다. 대세론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샌더스 의원과 함께 민주당의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8.4%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12.6%로 5위였다.
부티지지는 스토리가 많은 인물이다. 38세의 그는 인구 10만의 중소도시인 사우스벤드 시장을 연임한 것이 정치 경력의 전부다. 미국 명문 하버드대와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 졸업장을 모두 갖고 있어 ‘엄친아’로도 불린다. 사우스벤드 시장 재직 당시였던 2014년엔 7개월 동안 휴가를 내고 해군 정보 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독실한 성공회교 신자인 부티지지는 2018년 중학교 교사인 ‘남편’과 결혼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표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티지지의 깜짝 선전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번 경선이 코커스 방식으로 치러진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한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묻는 첫 질문에 답해야 한다. 여기서 ‘15%의 득표’를 얻지 못한 소수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에 한해 15% 이상의 득표를 얻은 후보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 15% 미만의 군소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이 대거 부티지지를 택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부티지지가 ‘이삭줍기’에 성공한 것이다.
부티지지가 ‘2008년 오바마 모델’을 따른 것도 승리 원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에 맞서 개막전인 아이오와 코커스에 집중하며 바람을 몰아갔다. 정치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졌던 부티지지가 아이오와 코커스에 화력을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의 중도적이고 온건한 스탠스도 보수적인 아이오와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오와의 민주당 당심이 바이든(78), 샌더스(79), 워런(71) 등 70대 고령 후보 대신 젊음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부티지지의 부상만큼이나 바이든의 추락도 충격적이다. 바이든이 힘을 잃으면서 향후 민주당 경선이 샌더스와 부티지지 간 ‘신(新) 양강 구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아직은 부티지지 돌풍이 초반에 반짝하다가 곧 사그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바이든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