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3)씨는 성형을 결심,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유명 성형외과를 방문했다. 고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어 믿음이 갔지만 혹시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부모님이 동행했다. 수술을 끝내고 일층 로비로 내려갔더니 부모님의 표정이 어두웠다. 부모님은 “3~4시간이 지나도 수술이 끝나지 않으니 걱정이 됐다. 직원에게 애가 몇 층에서 수술을 받고 있는지, 마취는 뭐로 했는지 물었더니 환자 개인정보라고 하며 말을 안 하더라.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떡하나 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미용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성형외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성형을 희망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어 부모의 염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선 사례 처럼 보호자의 접근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은 보호자의 알권리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개인정보 보호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의료법에 따른 환자 정보 공개 가능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성형을 포함해 모든 수술은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이행돼야 하며, 의료진은 구두나 서면을 통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단,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을 할 경우에는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보호자가 대신 동의를 하는 경우는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때에 한정된다.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자 동의는 ‘불완전한 계약’으로 성사된다. 즉, 미성년자의 수술은 본인과 함께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보호자는 미성년자가 임의 동의한 수술을 취소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환자의 진료기록도 ‘본인’에 한해서만 공개될 수 있다. 환자의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친족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등을 첨부해야 열람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가 우선이다. 부모라고 할지라도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면 환자의 진료기록을 함부로 볼 수 없고, 수술 등 진료행위에 대해 결정할 수도 없다”면서 “법적으로도 그렇지만, 의료진 또한 보호자임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을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의료법 제19조(정보 누설 금지)에 따르면 의료인은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임이 확실시되는 보호자에게 환자 상태, 수술 상황 등을 공개하는 것은 상식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