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했을 때 바늘로 손을 딴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민간에서는 소화불량 등을 호소할 때, 손끝에서 피를 내면 증상 개선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그런데 이 행위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감염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효능에 대해서는 한의사와 의사의 견해가 엇갈린다.
한의학에서는 손가락의 정중앙 끝을 일컫는 ‘십선혈’ 부위를 바늘, 수지침 등으로 피를 내게 하는 것이 막힌 곳을 뚫어주고 열을 빼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김미령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십선혈이라고 부르는 혈자리는 정신을 잃었을 때나 중풍·급체 등에서 응급처치로 사혈 하는 혈자리”라면서 “음식을 지나치게 먹거나 독이 있는 것을 잘못 먹어 음식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거슬러 올라와 생기는 ‘식궐’ 시에도 손을 딴다. 손발이 싸늘해지고 정신까지 흐릿해지면서 말도 못 하면서 쓰러질 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감염은 또 다른 변수다. 김 원장은 “가정에서 소독된 의료물품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도 위생을 위해 1회용 사혈기를 사용한다. 집에서 임시방편으로 바늘을 불에 달궈서 쓰기도 하지만 제대로 소독됐다는 보장이 없어 위험하다. 집에서 하기보다는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엄지랑 검지 사이의 오목한 부분인 ‘합곡혈’을 지긋이 3초 정도 눌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때 볼펜 끝 등 너무 뾰족하지 않은 도구로 누르는 것이 좋다. 또 검지의 손톱 뿌리에 있는 혈자리인 ‘상양혈’을 눌러주는 것도 소화불량 개선에 효과가 있다.
반면, 의사의 견해는 좀 다르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오랫동안 내려온 민간요법이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급체한 경우, 시간이 지나면 낫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존적 치료를 하면 좋아지기 때문에 별도의 치료가 요구되지 않는다. 감염의 문제도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급체 환자 내원 시 의사들은 어떤 치료를 할까? 이 교수는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급체면 하루 정도 금식하기를 권한다”며 “나아질 기미가 없다면 위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약을 처방하거나 주사를 놓는다”고 전했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