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에 왕진은 꼭 필요하다. 의료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의사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한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의 말이다. 참고로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일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왕진 시범사업을 시작, 이 사업에는 총 348개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참여 중이다.
장 원장은 의원과 재가복지센터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시범사업 시행 이전부터 센터가 관리하는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진료를 실시해왔다. 꾸준히 왕진을 실시한 결과, 장 원장은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만나 왕진 사업의 제도화를 적극 설득하기도 했다.
기자는 4일 장 원장의 왕진을 동행했다. 왕진은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각각 1명이 장 원장과 한 팀을 이뤄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가구에는 거동이 불편한 90세 남성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는 치매와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환자는 침대에 누워 장 원장을 반겼다. 요양보호사가 환자의 체위를 변경해 진료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줬다. 장 원장은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생각보다 건강하며 괜찮다. 잘 하고 계시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는 “병원에 모시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 확인한 혈당을 인근 대학병원에 제출해 처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는 6개월 치 당뇨약을 처방받았다. 장 원장은 “당뇨는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만성질환이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데 6개월에 한 번 오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답답해했다. 보호자도 “(병원이) 돌아가실 것을 예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장 원장은 환자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설명해주면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장 원장은 요양보호사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자주 환자의 체위변경을 해줄 것으로 주문했다. 다리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 안 펴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장 원장은 가벼운 걷기 등을 추천했다. 환자가 음식을 섭취하기 힘든 상태여서 수액 주사가 놓아졌다. 장 원장은 “고령의 환자에게 주사를 놓다 보니 베테랑 간호사와 함께해야 한다”며 “핏줄을 못 봐 수차례 주사를 꽂는 것도 환자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왕진 진료를 보고 돌아오는 길. 장 원장은 “지금 간 집은 그나마 보호자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고령화 시대에 자녀들도 따로 살 때는 건강 관리가 정말 힘들다. 환자들이 대학병원만 고집하는데 동네병원에서 꾸준히 관리해주는 게 더 도움 된다. 고령화뿐 아니라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선 왕진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문제’라며 왕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장 원장은 “왕진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병원에서만 진료 보는 의료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왕진 활성화를 위해 시범사업 동안 수가 개선, 법률 정비 등을 거쳐 꼭 본 사업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