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대처·은폐하는 정부와 달리 中 의료진들 곳곳서 영웅적 활약

입력 2020-02-06 04:03
사진=신화뉴시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하면서 현장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희생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당국이 발병 초기 사건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심각성을 축소한 것과 달리 일선에서 맞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자원봉사자·연구진을 향한 애도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신문망 등은 5일 신종 코로나 방역 업무에 투입된 28세 의료진이 과로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후난성 헝양 헝산현 당국은 “마지 위생원(병원) 약제과 부주임 쑹잉제씨가 지난 3일 근무교대 후 병원 기숙사로 돌아온 뒤 갑자기 숨졌다”며 “사인은 과로에 따른 심장마비”라고 밝혔다.

방역활동이 강화되면서 쑹씨는 지난달 25일부터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차량 탑승자의 체온 측정·조사 업무를 해왔다. 그는 이후 열흘 연속 근무하면서 의료물자 분배작업 등 병원 업무까지 병행하며 강행군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열정을 갖고 있었고, 당직이나 피곤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모두 비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선 확진자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일선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진의 과로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웅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애도의 글과 함께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사태를 키운 정치인·관료 등을 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치지도자가 먼저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한의 지도자들이야말로 전선으로 가야 한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한 자원봉사자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했다. 중국 환추망 등은 이날 우한시 차량지원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50대 허후이씨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3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우한의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면서 의료진의 출퇴근이 불편해지자 우한 시민들은 차량지원팀을 자발적으로 꾸려 출퇴근을 도왔다. 허씨도 “힘을 보태고 싶다”며 동참했지만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 감염 증세를 보여 입원한 뒤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현장의 중국 의료진과 과학자들은 사건을 축소하려 했던 당국과 달리 사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우한의 중앙병원 안과의사 리원량 등은 사건 초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유해 위험성을 알렸고,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 발병 2주 만에 바이러스 분리·배양에 성공해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공유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