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아니지만
언제 밥 한번 먹자, 밥 한번 먹자
잘 지키지도 않는 공수표를 던지는 건
밥알처럼 찰지게 붙어살고 싶기 때문이지
단출한 밥상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것만으로
어느 틈에 허기가 사라지는 마법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
제아무리 공복이라도
뜸 들일 줄 알아야 밥맛이 좋듯
세상일은 기다려야 할 때가 있어
공연히 너를 기다리는 거야말로
너에게 가는 도중이라는 걸 알지
가지런히 숟가락 놓아주듯
허전한 마음 한구석도
네 옆에 슬쩍 내려두고서는
그랬구나 괜찮아 괜찮아
위로받고 싶기도 하거니와
모락모락 갓 지은 밥처럼
뜨거운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지
황형철의 ‘사이도 좋게 딱’ 중
설 연휴가 끝나고 바야흐로 진짜 새해가 시작됐다는 기분이 드는 요즘 같은 때엔 만나는 사람마다 “밥 한번 먹자”는 인사를 자주 하게 된다. 시인의 말처럼 이런 인사는 거짓말은 아니지만 “잘 지키지도 않는 공수표” 같은 약속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인의 해석처럼 당신과 밥알처럼 끈끈하게 붙어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일 게다. “모락모락 갓 지은 밥처럼 뜨거운 사람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