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시장 잡아라”… 카드사, 새 먹거리 선점 경쟁 치열

입력 2020-02-06 04:06

신용카드 업계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구독경제 플랫폼과 잇따라 제휴를 맺는가 하면 구독경제에 특화된 카드까지 선보인다. 구독경제는 고객이 매달 일정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모델을 말한다. 우유나 신문 배달, 정수기 렌털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자동결제를 취소하지 않는 한 저절로 계약이 연장되는 구조라 카드사 입장에선 고정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구독경제가 다시 조명되는 이유는 뭘까. 구독경제 플랫폼이 디지털화하면서 전자제품 같은 유형의 상품 외에 디지털로 제공되는 무형의 서비스까지 구독 가능한 ‘디지털 구독경제’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로 즐기는 영화, 드라마, 게임, 전자책,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구독경제 2막’을 여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디지털 구독경제가 카드업계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배경엔 지속 가능성이 자리한다. 디지털 구독경제 모델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구조라 성장잠재력이 높다. 플랫폼 제공자인 기업은 예상 가능한 정기적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비용 절감효과도 누릴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KB국민 이지 링크 티타늄 카드’를 선보였는데, 정수기 렌털이나 공과금 자동 납부 시 할인이나 캐시백 혜택을 준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디지털 구독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신한카드는 지난 3일 ‘딥 원스(Deep Once) 카드’를 내놨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플랫폼에서 결제 시 할인이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롯데카드는 국산 OTT 플랫폼인 티빙(TVING)과 손을 잡았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1년간 무제한 이용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장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디지털 구독경제는 고객이 늘더라도 업체의 플랫폼 유지 비용에 추가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 구독자가 한 명 더 늘었다고 하더라도 정수기 렌털처럼 관리를 위해 추가 설비나 인력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 역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한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주말에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몰아본다는 ‘빈지워칭’(Binge-watching·폭식과 시청의 합성어)은 디지털 구독경제가 만들어낸 새로운 생활 패턴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은 소비를 ‘소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매순간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만 하면 거기서 만족하는 ‘소모’일 뿐이다. 이 때문에 언제든지 저렴한 가격에 쓰고 버릴 수 있는 디지털 구독경제가 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카드사와 구독경제의 ‘공생 관계’는 한층 긴밀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빅데이터라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주는 OTT 플랫폼도 빅데이터에 기반한다”며 “단순 결제 제휴뿐만 아니라 카드사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구독경제가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곧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