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며 우려됐던 위성정당 출현이 결국 현실화했다.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5일 창당대회를 열고 지도부를 선출했다. 한국당 한선교 의원이 당적을 옮겨 대표를 맡았고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2명이 합류해 당직자가 됐다. 한국당은 현역의원을 1차로 5명까지 보내 미래한국당이 정당보조금을 받게 하고 추후 더 늘려서 정당투표용지의 두 번째 칸을 확보하려 한다. 현재의 정당 지지율을 총선 득표율로 가정하면 미래한국당은 최대 26석을 얻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코미디 같은 상황이 선거판의 엄연한 현실로 닥치면서 한국 정치는 코미디가 됐다. 창당대회에는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지도부가 버젓이 참석했다. 미래한국당 관계자들은 벌써 “선거 이후에 한국당과 합당하겠다”는 말을 대놓고 한다. 누가 봐도 꼼수이고 술수인 행태가 공식적인 정치행위로 벌어지고 있다. 제어할 방법도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은 ‘비례○○당’이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까지였다. ‘비례’를 발음이 비슷한 ‘미래’로 바꾸니 손쉽게 창당이 이뤄졌고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개정 선거법이 유권자의 표심을 더 충실히 반영한다던 여권의 명분은 마치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지역구 기득권을 하나도 놓지 않은 채 연동률을 50%로 제한하고 다시 상한선을 씌워가며 스스로 누더기를 만들어서 실효성을 깎아내린 마당에 위성정당까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당을 만들었다. 비례대표 의석을 보수 진영에 다 내줄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니 위성정당의 대항정당 격이다. 여권이 밀어붙인 선거법은 이제 표심을 도리어 왜곡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황 대표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무능한 정치의 단면을 보여줬다. 스스로 정해야 할 선거의 룰조차 합의하지 못해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그러면서 위성정당의 출현이라는 커다란 허점을 방치해 이런 상황을 초래해 놓고는 뒤늦게 해결해 달라고 검찰에 달려간 꼴이다. 꼼수를 들고 나온 한국당 못지않게 정치를 희화화했다. 코미디 같은 이런 선거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사설] 현실이 된 위성정당, 코미디가 돼버린 정치
입력 2020-02-06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