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그림책이 가정예배를 위한 훌륭한 도구로 탈바꿈했다. 국내외 유명 그림책에서 성경의 핵심 가치를 길어낸 신간 ‘그림책으로 드리는 가정예배’(토기장이)에서다. 국내 최초의 시도다. 이 책처럼 가정예배에 그림책이 들어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이와 어른이 그림책으로 소통하며 기독교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아이는 소명 도전 겸손 평화 등 인생에서 꼭 필요한 가치를 익힐 수 있다. 시나브로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성경을 친숙히 여기게 되고 독서습관이 몸에 배는 건 덤이다.
책은 세 자녀 중 두 명을 홈스쿨링하며 가정예배 및 기독교 가정문화 책을 펴낸 백흥영 공명교회 공동목사와 그림책 전문가 박현경 레티티아 책세계관 연구소장이 펴냈다. 백 목사는 경기도 양평에서 목회하는 동시에 마을 책방 ‘책보고가게’ 책방지기를 맡고 있다. 책방에서 어른이 읽어도 손색없을 만큼 심오한 가치와 내용을 다룬 그림책을 여럿 접하면서 이를 가정예배와 접목했다. 책방 준비에 도움을 준 박 소장이 합류하면서 이 책이 만들어졌다. 저자로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백 목사의 아내 이선영 사모도 그림책 선정에 참여했다.
이들은 1년여간 기독교 절기에 맞춰 가정예배 주제를 정하고 성경 본문과 그림책의 연관성을 짚어가며 52주 가정예배 절기별 커리큘럼(표)을 완성했다. 이를 따라가면 1년간 매주 한 번씩 1권의 그림책을 읽으며 가정예배를 드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가정예배를 위해 만들어진 책이지만, 예배 형식에 충실하고 체험 활동 내용도 있어 교회 주일학교에서 활용해도 제격이다.
추천된 그림책 52권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국내외 명작 동화다.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입상한 책이 적지 않다. 권정생의 ‘강아지똥’ ‘엄마 까투리’,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 ‘윌리와 휴’, 존 버닝햄의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야시마 타로의 ‘까마귀 소년’, 다다 히로시의 ‘사과가 쿵!’ 등이다.
추천된 책이 모두 기독교 서적은 아니지만, 저자들은 그 속에서 기독교의 핵심 가치를 뽑아낸다. 요한복음 10장 11절과 ‘엄마 까투리’를 보며 예수님의 희생을, 야고보서 1장 4절과 ‘까마귀 소년’을 같이 읽으며 예수님의 질고를 헤아려 보는 식이다. 가정예배 속 성경 본문과 그림책 내용이 절묘하게 어울려, 억지스럽지 않게 기독교적 교훈이 도출된다. 관련 주제의 그림책을 더 읽고 싶은 독자를 위해 뒷부분에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도 실었다.
백 목사는 이 책으로 각 가정에 자연스레 하나님 이야기가 오가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저녁마다 책을 읽어주는 부모가 늘어나고, 책을 읽으며 부모와 자녀 간 친밀감이 더욱 깊어지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가 하나님에 대해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