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 결과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13명의 검찰 공소장을 국회에 비공개했다. 법무부는 대신 국회에 언론 보도자료 수준의 ‘공소사실 요지’만 넘겼다. 법무부는 “앞으로 공소장 원문 대신 요지 자료 제공을 원칙으로 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이런 법무부의 조치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 “권력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거세다. 검찰은 전례 없는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고, 부적절한 선거개입으로 비칠 소지마저 있다고 본다. 국민적 알권리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황 전 청장 등 기소된 13명 중 4명은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4일 국회가 제출 요구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피고인 13명의 공소장을 비공개 결정하고 A4 용지 3쪽가량의 공소사실 요지만 제출했다. 법무부는 자료 제출을 요구한 국회의원 측에 “전문을 제출할 경우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과 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법무부의 원칙 제시는 갑작스러우며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공소장 국회 제출은 참여정부 때인 2005년 5월부터 이뤄졌는데, 대검이 법무부에 넘긴 공소장이 법무부에서 비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상급 기관의 결정에 우리가 뭐라 하겠느냐”며 “(공소장부터 비공개가 결정된) 기억나는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공소장들을 대검에서 받아 확인하고도 5일간 쥐고 있었다. 앞서 국회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기소 당일인 지난달 29일 법무부에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관련 공소장 제출을 요구했다. 대검은 개인정보만 비실명화한 채 이튿날인 30일 공소장들을 법무부에 상신했다. 추후 수사를 고려해도 비공개 필요성이 없었다는 게 대검의 설명이다.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를 말하지만, 공소사실들은 어차피 법정에서 낭독될 예정이었다.
검찰은 일관성·형평성을 잃은 법무부의 송 시장 등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사실상 ‘자기 편 봐주기’ 목적이라고 본다. 청와대 인사들의 선거개입 범죄사실이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무리하게 막는 모양새라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를 대리해 공적으로 공개해 기소한다는 의미에서 ‘사소’가 아닌 ‘공소’”라며 “법무부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법무부가 앞으로 공소장 비공개 원칙을 세운 데 대해 “지금까지의 관행이 문제였다면 적어도 요구권자인 국회와 충분히 논의한 다음 시행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갑자기 공소장 국회 제출 원칙이 바뀐 데 대해 “이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며 지속적 고민을 거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박근혜정부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했던 사례도 거론됐다. 정부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은 수사 결과임이 분명했지만 결국 원칙대로 공개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가 끝내 공소장 공개를 막는다면 총선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은 허경구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