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확진자 하루 만에 3200여명 폭증… 홍콩서도 첫 사망자 발생

입력 2020-02-05 04:07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우한국제컨벤션센터가 4일 경증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간이병원으로 개조되고 있다. 우한시는 체육시설과 컨벤션센터 등을 징발해 침상을 들여놓는 등 밤샘 작업 끝에 이날 차례차례 문을 열었다. 우한국제컨벤션센터에는 침상 1000개가 설치됐다. AP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하루 만에 3000명 이상 폭증하고 누적 사망자도 420명을 넘어서는 등 무서운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발병지인 우한과 후베이성 외에도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중국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전문가는 향후 1~2주를 확산의 절정기로 예상했지만 이 역시 가설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4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시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만438명, 사망자는 425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8일 우한에서 첫 확진 판정이 나온 지 약 2개월 만에 환자가 2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는 하루 전보다 3235명, 사망자는 64명 늘었다. 일일 사망자 수가 60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추가 사망자는 모두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중국 내 확진자 가운데 2788명은 중태고, 의심 환자는 2만3214명이다. 후베이성 외에도 광둥성과 저장성의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섰고 수도 베이징(202명)과 상하이(208명)도 200명을 돌파했다.

홍콩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처음 발생했다. 39세의 이 남성은 지난달 23일 우한에서 홍콩으로 돌아온 뒤 31일부터 증상이 나타나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날 오전 숨졌다. 이 남성의 어머니도 홍콩에서 15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선전만 검문소와 강주아오 대교의 2곳을 제외하고 중국 본토와 연결되는 모든 검문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 공공의료 노조는 중국과의 접경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것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가 감염자의 비말(침방울)뿐 아니라 대·소변을 통해서도 퍼진다거나 병원균이 공기 중 최대 5일까지 생존한다는 발표가 나오는 등 전염 경로와 전파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위건위 소속 보건전문가 장룽멍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 병원균은 적정한 온도와 환경이 맞으면 최대 5일간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신형 코로나 확진 환자의 대변과 직장 표본에서 바이러스 핵산이 발견됐고, 네이멍구자치구에서는 확진 환자의 위층에 사는 남성이 감염됐다. 화장실 배관이나 환풍 장치를 통한 대변-구강 전염 사례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린성에서는 한 남성이 다른 확진 환자와 같은 마이크를 사용했다가 전염됐다고 했고, 광저우에서는 환자의 자택 출입문 손잡이에서 바이러스 핵산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자주 접촉하는 문손잡이나 휴대전화, 키보드, 마우스 등을 잘 소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병지인 우한시는 훠선산병원을 완공한 데 이어 경기장과 컨벤션센터 등 3곳에 3400개 병상 규모의 ‘컨테이너 병원’을 세워 경증 환자를 수용하기로 했다. 6일부터는 1300개 병상을 갖춘 레이선산병원도 운영에 들어간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