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 일일이 전화로 확인… ‘검역 확인증’ 받고서야 입국

입력 2020-02-05 04:02
마스크 차림의 가족 여행객이 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중국 전용 특별입국 절차를 실시했다. 인천공항=최현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전용 특별입국 절차가 처음으로 실시된 4일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의 연락처, 방문이력 등을 확인하는 작업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다만 곳곳에서 검역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탑승객의 연락처를 확인하다보니 심사시간이 대폭 지연됐다. 이날 연락처 수신 불가 등으로 최종 입국이 거부된 사람은 없었다.

방역 당국은 이날 새벽 본인 연락처를 확보할 수 없었던 외국인을 입국시키지 않고 있다가 휴대전화에 국내 통신사 유심칩을 꽂게 하고 수신을 확인한 끝에 입국시켰다. 이 승객은 중국 현지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그대로 가지고 왔기 때문에 입국 직후엔 본인 연락처로 통화가 되지 않았다. 당국은 필요할 경우 국내용 유심칩을 입국심사 단계에서 지원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특별입국 절차에 따라 중국에서 들어오는 내외국인의 경우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입국을 제한한다.

각 공항 중국 전용 입국장에 유선전화 총 84대가 설치됐다. 인천공항에는 국방부 지원인력 90명이 투입됐다. 전국 공항, 항만, 검역소 등에 배치된 국방부 인력은 217명이며, 이 중 40명은 통역요원이다.

4일 0시40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는 특별입국 절차 개시 첫 적용 대상자인, 베이징에서 대한항공 KE854편을 타고 온 승객 100여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환승객을 제외한 80여명은 현장에 배치된 보건복지부 공무원 50여명에게서 ‘건강상태질문지’와 ‘특별검역신고서’를 받았다. 여기엔 국내 연락처와 주소, 후베이성 체류 여부, 이상 증세 등에 대한 문항이 포함됐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내외국인은 중국 전용 입국장을 통해 별도의 동선으로 입국했다. 외국인의 입국 자동심사대 이용도 중지됐다. 중국 전용 입국장은 인천국제공항의 제1터미널에 2곳(A·F입국장), 제2터미널에 1곳(A입국장) 등 총 3곳에 설치됐다. 1단계 검역에서 발열이나 건강이상 등이 확인되는 입국자는 격리된 후 진단검사를 받는다. 검역을 통과한 입국자는 2단계로 국내에서 연락이 가능한 주소와 연락처를 확인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선 공무원 20여명이 승객들의 연락처를 일일이 확인하다보니 심사시간이 다소 오래 걸렸다. 승객 30명을 확인하는 데 약 45분이 소요됐다. 연락처 확인까지 마친 승객은 ‘검역 확인증’을 받는다.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들은 입국심사대에서 이 확인증을 제시해야 한다.

첫 시행일이다보니 미숙한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공무원들이 국제전화를 거는 방법을 주변에 다급하게 물어보거나 중국어로 음성메시지가 나오자 당혹스러워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텅 빈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 4일부터는 제주도 무비자 입국도 일시 중단됐다. 연합뉴스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제주국제공항에선 외국인 승객을 찾기 어려웠다. 이날 마카오와 상하이발 항공편은 거의 텅 빈 채 들어왔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마카오발 항공기엔 13명, 상하이발 비행기엔 4명만 탔다”고 했다. 오후 2시 현재 중국발 항공편으로 제주에 도착한 입국자는 총 5편에 55명으로, 마지막 항공편을 감안해도 이날 하루 중국~제주 직항 노선을 타고 제주에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은 100명도 안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 무사증 출입 제도가 중단되기 전 지난달 21일 하루에만 직항노선 항공기 24편에 3697명이 타고 제주를 찾은 것과 비교하면 보름 만에 98%가량 줄어든 셈이다.

안규영 정건희 기자, 제주=문정임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