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의 개표 결과 발표가 지연되며 파행을 겪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을 대항마를 뽑는 첫 경선에서부터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민주당은 “해킹이나 외부 침입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경선 시작부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 적지 않은 흠집이 났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아이오와주 1678곳의 기초선거구에서 3일 오후 7시(한국시간 4일 오전 10시)부터 코커스(당원대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4일 새벽까지 단 한 곳의 기초선거구도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결국 새벽 2시를 넘긴 시점에 수작업으로 검토한 뒤 4일 개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민주당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올해 아이오와 코커스 공개 대상을 확대키로 결정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 민주당은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를 ‘대통령 후보 첫 투표 결과’ ‘최종 대통령 후보 개표 결과’ ‘후보별 대의원 등가성’이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발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세 항목 간 불일치가 발견되며 개표 결과 발표가 연기됐다. 과거 민주당은 ‘후보별 확보 대의원 수’만 공개했었다.
민주당이 세 가지 유형을 도입한 이유는 코커스의 특성 때문이었다. 코커스는 지지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는 방식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경선(프라이머리)과 다르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유권자들이 모여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묻는 첫 질문에 15% 미만을 득표한 소수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15% 이상의 득표를 얻은 후보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 첫 투표 결과와 최종 대통령 후보 개표 결과를 나눴는데 이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득표 결과 발표가 지연되자 대선 후보들과 지지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코커스를 주관한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다고 CNN은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득표 결과 발표 지연이 향후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패배한 후보 진영에서 개표 과정을 문제 삼으며 불복하거나 항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과 지지자들은 음모론을 제기했다. 무소속으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을 저지할 목적으로 일부러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민주당 코커스는 완전한 대참사”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압승을 거뒀다. 3만1398명의 지지를 얻어 득표율 97.1%를 달성하며 아이오와주 대의원 38명을 독식했다. 이들 대의원이 오는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최종 선출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상태다.
AP통신은 아이오와 코커스가 시작되고 불과 25분 만인 이날 오후 7시25분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승리를 기정사실로 여겨 현지에 가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이오와에서 대승을 거뒀다”면서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앞으로 예정된 공화당 경선도 트럼프 대통령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7개 주는 경선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승이 뻔한 상황에서 경선 실시는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디모인(아이오와주)=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