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격화 중인 가운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4일 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가(一家)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이들 세 모자의 협력관계가 구축되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반(反)조원태 진영 대 친(親)조원태 진영의 전선이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공개한 입장문에서 “저희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를 지지한다”며 “이명희와 조현민은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재차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을 향해서는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감정의 골이나 실적 등 여타 요인에 앞서 외부 세력의 손에 그룹 경영권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명분’이 이번 결심의 최대 배경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한진칼 단독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KCGI, 3대 주주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다가오는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세 주주 모두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경영인 도입을 앞세워 주주들의 지지를 요구하는 선제공격을 날리기도 했다.
이 고문이 이들 남매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모인 지난해 크리스마스 회동에서 이 고문과 조 회장이 언성을 높이는 등 소동이 발생하자 모자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가족끼리 화합해 사이좋게 이끌라”는 고(故) 조양호 선대 회장의 유훈을 강조하며 조 회장 편에 섰고, 조 회장 입장에선 지분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삼자 연대’는 32%에 육박하는 지분율을 보유해 최근 주총 최대 세력으로 부상한 상황이었다. 반면 조 회장 측은 자신이 보유한 6.52%,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 4.15% 등을 더해 10.67%의 지분에 불과했다. 델타항공(10%)과 카카오(1%) 등을 우호 세력으로 간주하더라도 20%대 초반 수준이었으나 이번 이 고문(5.31%)과 조 전무(6.47%)의 지지로 최대 33%대 우호지분을 기대할 수 있는 대등한 구도에서 주총 표 대결에 본격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가족과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주총까지 치열한 우호지분 확보 경쟁 및 표 싸움이 예고되면서 양측 모두 일반주주 및 국민연금 설득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