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사랑으로 품은 아산시민 응원해주세요”

입력 2020-02-05 00:00
중국 우한 교민 528명이 머물고 있는 충남 아산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4일 교민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예장통합 천안아산노회(위)와 충남연구원 및 아산시개인택시지부 명의의 플래카드. 아산=강민석 선임기자, 연합뉴스

“두려움이 왜 없겠습니까. 그래도 어려움당한 가족을 서로 품어주고 안아주는 게 같은 국민으로서 도리 아니겠어요? 논란과 아쉬움보단 따뜻한 마음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충남 아산에서 40년째 사역 중인 김계택(80) 기산침례교회 목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에 대해 우려 대신 진솔한 바람을 전했다. 교회는 중국에서 철수한 교민 528명이 수용된 아산경찰인재개발원에서 불과 2㎞ 떨어져 있다. 차량으로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이다.

김 목사는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임시보호시설 선정 과정이 성급하게 진행돼 주민 협의 절차가 미흡했고 ‘선정 지역이 천안이었다가 변경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심리적 소외감을 느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지사, 보건복지부 장관, 시장 등이 직접 나서 선정 절차에 대한 주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개발원 앞에 임시집무실까지 마련해 대응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주민들의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설명했다. ‘격리수용 결사반대’로 가득했던 플래카드 문구는 며칠 새 ‘환영합니다’로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사역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 목사는 “고령의 성도들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자녀들로부터 ‘외출을 삼가고 외부인 접촉도 조심하시라’는 연락을 받는다”며 “어르신들을 찾아뵈는 것도 ‘전화 심방’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교회 근처 신정호 유원지를 자주 찾아 주민들을 위로한다. 그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가 부쩍 썰렁해진 식당이나 카페를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지난 주말에도 성도들과 함께 식당을 찾아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했다.

바이러스 확산 우려 때문에 사역이 잠정 중단된 곳도 있다. 장일성(58) 아산 전원교회 목사는 “매주 주일예배 전 교회 앞 장애인요양원에서 환우들과 예배를 드려 왔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 후 요양원 측으로부터 ‘당분간 자체적으로 모임을 진행하겠다’는 연락이 와 15년 만에 사역이 멈췄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아산이 온천으로 유명하다 보니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료 목욕권이 나오는데 최근엔 공공장소 이용을 자제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온천 주변도 한산해졌다”고 전했다.

아산 주민들이 노란색 리본에 응원 문구를 적어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일상에 적잖은 변화를 맞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성도들의 기도다. 장 목사는 “성도들 평균 연령이 70세를 훌쩍 넘기 때문에 매일 새벽 교회 차량을 운행하는데 우려와 달리 새벽기도회에 참여하는 성도 수는 전과 동일하다”고 했다. 이어 “지난 주일예배 설교 때엔 배를 타고 가다 풍랑을 만나 두려워하는 제자들 앞에서 바다를 잠잠하게 하신 예수님(막 4:37~40) 이야기를 전했다”며 “우리 삶 가운데 불안과 혼란이 찾아올 때일수록 회복을 위해 묵묵히 기도하는 성도들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아산 지역 목회자들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기도의 동역을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진정과 조속한 해결, 임시보호시설에 수용된 우리 국민의 건강, 아산과 진천의 지역경제 회복 등이 기도제목이다.

“이미 우리 국민의 마음속엔 아산이 ‘임시보호시설이 있는 도시’가 아니라 ‘이웃을 아끼는 마음이 가득한 도시’로 새겨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온천물보다 뜨거운 사랑이 넘치는 도시를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김계택 목사)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