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무원 용돈 벌이된 ‘배움터 지킴이’, 권익위는 우대 폐지… 제주선 여전히 가점

입력 2020-02-05 04:06

등하굣길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배움터 지킴이’가 퇴직 공무원들의 ‘장기 일자리’로 굳어지자, 국민권익위가 우대조항 삭제를 권고했다. 올해부터 학교 현장에 권고 내용이 전달됐는데, 제주에선 여전히 퇴직 공무원을 응모자격에 포함시키고 지킴이 근무경력에 가점을 주며 일반인의 진입을 막고 있다.

2019년말 기준 제주에는 총 191개교에 214명의 배움터 지킴이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재직기간은 5년 이상이 118명(55%)으로 절반을 넘고, 10년 이상도 28명(13%)이나 됐다. 최장기 근무자는 한 학교에서만 17년째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움터 지킴이는 배치 초기 퇴직공무원을 우대 선발해 경찰 군인 교사 교장 출신이 주를 이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8년 부패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퇴직공무원 우대를 폐지하고, 재위촉 횟수를 학교당 5회로 제한하는 공정성 제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제주에선 권고안이 안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현재 배움터 지킴이를 모집 중인 학교 중 상당수가 응모자격에 ‘퇴직 공무원’이나 ‘교사’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초 제주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제시한 심사기준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킴이 근무 경력에 최고 30점(3년 이상)까지 가점을 주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킴이 214명 중, 3년 이상 근무조건을 충족해 경력항목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68명(78%)에 달한다.

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좁은 지역사회이다 보니 하던 사람이 계속 자리를 지켜 퇴직 공무원들의 용돈벌이가 되고 있다는 오해까지 생긴다”고 전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