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기 이자가 8만원인데… ‘5% 적금’ 가입자 폭주

입력 2020-02-05 04:05

하나은행이 사명 변경을 기념해 내놓은 특판 적금에 가입자가 몰려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는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상황’이 연출됐다. 저금리가 길어지는 데다 특판상품 ‘가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최고 연 5.01% 금리를 주는 ‘하나 더적금’을 출시했다. 저금리 시대에 자취를 감췄던 고금리 특판상품이 깜짝 등장하자 고객 반응은 뜨겁다. 맘카페, 재테크 커뮤니티 등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까지 차지했다.

적금 가입자가 한꺼번에 몰리자 하나은행의 공식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에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지난 3일 오전 한때 접속 대기자가 최고 5만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존 고객이 앱 사용에 불편함을 겪었다. 접속이 늘어날 걸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상품은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한시적으로 판매된다. 첫 출시일에만 20만명 넘게 가입했다. 4일 오전 9시 기준 53만4875계좌가 가입됐다. 가입액은 1477억원이나 됐다.

그렇다면 적금 가입자들이 1년 뒤 만기에 받는 이자는 얼마일까. 매월 최대 한도인 30만원을 꾸준히 넣고 우대금리까지 모두 챙기면 세후 8만2650원을 이자로 챙긴다. 우대금리 요건은 까다롭다. 온라인 채널로 가입해야 하고, 하나은행 입출금통장으로 자동이체 등록까지 해야 최고 금리를 챙길 수 있다.

시장에선 이번 현상의 배경으로 ‘저금리’를 지목한다. 연말연시마다 출시되던 은행권 고금리 특판상품이 올해 들어 자취를 감춘 데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길 잃은 뭉칫돈’이 시중에 쌓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리가 단 1% 포인트라도 높은 상품이 있다면 고객은 언제든지 상품을 갈아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까지 터지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여기에 고위험 투자상품과 관련된 문제들이 잇달아 터지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