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를 꺼리고 있어 당 내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을 선택하거나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당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압박해 놓고는 정작 본인은 예외로 둔다면 명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 출마 지역구 결정은 본인과 당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여야 간 빅매치와 당당한 대결을 기대하는 여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게 정치 지도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다.
종로는 청와대가 위치해 있고 총선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정치 1번지’로 불려온 지역구다.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당선돼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열었고, 역대 선거에서 거물급 정치인들이 맞대결을 벌인 경우가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3일 이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한국당에서는 황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황 대표는 지난달 3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는 한 달째 저울질만 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이자 야권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가 총선 낙선이 두려워 출마를 회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황 대표는 물론이고 한국당에도 큰 부담이다. 종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재선한 곳이지만 이전 16~18대 총선에서는 보수 정당이 승리한 지역이다. 황 대표가 대결을 피한다면 당 전체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당 강세 지역에 안주해 온 의원들을 대거 물갈이해 승기를 잡겠다는 당의 총선 전략도 해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 대한 민심이 이반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당에 대한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사실을 황 대표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권 심판론만 외치며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식으로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새 인재와 새 비전으로 환골탈태해야 한국당도, 한국 정치도 희망이 있다. 황 대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도전하며 솔선수범할 때 그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결정을 떠넘기지 말고 황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설] 총선 민심 얻으려면 황교안 대표부터 기득권 버려야
입력 2020-02-0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