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세수 오차율 0.5%… ‘OECD 국가 중 최저’ 기록한 세제실

입력 2020-02-05 04:04

최근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화제다. 지난해 세수추계 오차율이 0.5%라는 엄청난 숫자를 기록해서다. 들어올 세금 규모를 거의 정확하게 맞췄다는 얘기다. 해마다 세제실은 세금을 과소 또는 과대 예측해 비판을 받았었다. 이번 세수추계 오차율은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에서 걷은 세금은 총 293조5000억원이다. 기재부가 당초 전망한 294조8000억원과 1조3000억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전망치와 실제 실적의 오차율이 0.5%에 불과했다. 1조3000억원 차이도 우연하게 갑자기 결정된 ‘개별소비세·유류세 인하 연장’ ‘증권거래세 인하’ 등의 세금 감소효과 규모랑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걸 감안하면 전망치가 실적치와 거의 맞은 것이다.

세제실의 세수추계는 늘 전망치를 크게 빗나가 질타의 대상이었다. 최근 3년간 세금은 전망 대비 10조~20조원씩 더 걷혔다. 2018년에는 전망치보다 25조4000억원 더 들어오기도 했다.

수입이 생각보다 많아지면 좋을 듯하지만, 국가재정 운용 측면에선 부정적이다. 국가가 그해 더 쓸 수 있는 돈을 안 썼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재정 역할이 강해지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초과 세수는 좋지 않다. 일부에선 초과세수가 발생하는 이유로 기재부 세제실의 보수적 예측을 지목하기도 한다. 세금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오는 ‘세수 구멍’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빠듯하게 전망한다는 지적이다. 보수적 세수추계는 연말에 세금이 더 들어온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주기도 한다. 2012~2015년에는 전망치보다 실적이 적은 세수 결손이 발생했었다.

전망이 계속 빗나가면서 한국의 세수추계 오차율은 주요 국가 가운데 높은 편에 속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기재부에 제출한 분석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2013~2017년) 세수추계 오차율은 한국 6.3%, 일본 5.1%, 미국 4.7%, 호주 3.3%, 영국 1.0% 등이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세수추계 오차율 0.5%를 기록하면서 OECD 주요국 중 한국은 가장 오차율이 낮은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세제실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재정 운용의 기준이 되는 세수추계 오차가 줄면서 확장적 재정정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따라붙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