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종 코로나에 실종된 시민의식, 회복 시급하다

입력 2020-02-05 04:01
사재기하는 것도 모자라 공공용 마스크까지 싹쓸이해가는 몰지각한 이들 적지 않고, 자가격리 거부한 경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국내 15번째 환자 이후 잠시 잠잠했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4일 추가 발생했다. 태국 여행 후 지난달 19일 귀국한 한국인 여성(43)이 16번째 환자로 확진됐다.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입국해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일본에서 입국한 12번째 환자에 이어 두 번째다. 16번째 환자가 태국에서 감염됐는지 여부는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으나 세계에 신종 코로나 안전지대는 없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말해준다. 방역 당국의 보다 철저한 검역이 요구된다.

신종 코로나는 2002~2003년 중국을 휩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비해 위력이 훨씬 강하다는 게 수치로 입증됐다. 중국인 사망자 수는 400명을 넘어섰고, 필리핀에 이어 홍콩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제3국 사망 사례도 늘어날 조짐이다. 과도한 공포는 경계해야겠지만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전 사회 구성원이 힘을 모아도 이겨내기 힘든 어려움이다. 그럼에도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생각은 못 할 망정 위기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남들이야 어떻든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얌체족들이 넘쳐난다. 시중에선 마스크와 손세정제 구하기가 쉽지 않다. 매점매석해 몇 배의 폭리를 취하는 악덕업자들과 박스째 사재기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서다. 지하철 역과 버스 등에 공공용으로 비치된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통째로 가져가는 양심없고 몰지각한 이들도 적지 않다. 사재기는 범죄다. 물가안정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자가격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우한 등지를 여행하다 귀국한 경기도 거주 A씨는 자가격리를 거부하고 연락을 끊었으며, B씨는 벌금을 내겠다며 당국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자가격리는 본인 건강뿐 아니라 타인의 건강을 위해 취해진 불가피한 조치다. 설사 피치 못할 개인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격리를 거부해 지역감염이 확산되면 대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성숙한 사회일수록 어려울 때 시민의식이 빛을 발한다. 모두 한마음으로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국민이다. 지금은 사회공동체를 먼저 생각할 때다. 그래서 우한 교민들도 기꺼이 격리 수용시설에 들어간 것 아니겠나. 한편에서는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기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통을 함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