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꼬집은 추미애 “검사동일체 원칙 법전서 사라져”

입력 2020-02-04 04:03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신임검사들이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신임검사 임관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사진). 2020년 상반기 검사 전입인사 행사가 열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출입문 옆에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 화환이 놓여 있다. 윤성호 기자,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신임 검사들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사동일체 원칙’ 발언과 청와대 인사 기소 처리 과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추 장관은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검찰 조직에는 아직도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며 “여러분은 박차고 나가 각자가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보석이 돼 달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지난달 31일 상반기 검사 전출식에서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기소가 3차장검사 전결로 처리된 점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검찰 사건처리 절차의 의사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어 안타깝다”며 “형사사건에서는 절차적 정의가 준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같은 날 상반기 검사 전입식에서도 “검사 개개인이 수직적 문화에서 벗어나 인권 중심으로,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검찰 개혁’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이 “상명하복 문화를 박차고 나가라”고 언급하자 검찰에서는 “총장이 단순히 상명하복을 강조하려 검사동일체를 말한 게 아니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법전 상에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 등 검찰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설명하는 법률용어로 유효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총장의 언급은) ‘책상을 바꾸더라도 결국 검사는 하나’라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이날 대검에서 열린 전입식에서 “검찰은 과거부터 해 오던 ‘조서재판’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재판을 준비하는 수사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만들어갈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임 검사 신고식에선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검찰업무시스템도 바꿔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선배들의 방식을 답습하면 안 되고 보다 합리적인 방식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새롭게 업무를 시작한 검사들을 만나 “법리와 증거에 따라 책임 있게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바뀐 1~4차장검사에게도 “인수인계에 차질이 없게 하라”고 지시했었다. 이근수 2차장검사는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 3차장검사는 반부패수사2부가 맡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사건에 대한 공소 유지를 맡게 된다. 직제개편에 따라 폐지된 부서들이 맡아온 주요 사건들의 재배당 작업도 곧 마무리된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