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도의 한 병원 응급실로 이 지역 보건소 감염병관리과 팀장 A씨가 현기증 증세에 쓰러져 실려 왔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의심증상자와 접촉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업무량이 폭증했다. 이 보건소의 감염병관리과 직원은 겨우 2명에 불과하지만 업무를 지원하는 인원은 없다.
A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번지기 시작한 명절 연휴부터 쉬지 못하고 매일 새벽부터 자정 무렵까지 야근을 이어가고 있다. A팀장이 쓰러진 장소 역시 보건소 사무실이었다. A팀장은 당일 의식을 찾은 뒤 퇴원하고서도 이튿날 변함없이 새벽부터 출근해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인력 충원은 없었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지역 보건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일부 보건소 직원들이 기약 없는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 지침을 내려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자치단체마다 인력 상황이나 지원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업무지원 수준도 한계가 있어 담당 직원들의 과로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이다.
국민일보가 3일 파악한 서울과 경기도 내 보건소 감염병관리 부서 인력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와 오산, 화성을 비롯해 용인 처인구 등 보건소의 1인당 담당인구는 10만명을 넘는다. 화성은 20만명, 서울 동작구가 1인당 19만명을 넘었고 은평구도 16만명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해당부서 실무인원이 14명으로 2명인 동작구의 7배까지 차이가 났다. 단 부서장과 방역차 관리인원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격무가 이어지는 상황인데 경험 있는 고연차보다는 저연차 직원들이 동원되는 경우도 다수 있다. 같은 통계에서 경기도 보건소 42곳 중 24개 보건소의 감염병 관리부서 직원의 60% 이상이 서기 이하 저연차 직원이었다. 한 수도권 지역 보건소 감염병관리부서 관계자는 “보건소 내에서도 지난 메르스 사태 등을 경험한 인력이 있지만 감염병 부서 일이 워낙 힘들다보니 별도 지시가 없는 이상 고연차들이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보건소 직원은 “비상근무 지침상 퇴근 시간은 오후 10시지만 매일 자정쯤 퇴근이 일상화됐다. 하루에 2~3시간 자고 일한다”면서 “근무시간이 아닐 때도 24시간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저연차 직원은 “일하던 중에 눈물이 터져나와 일하면서 펑펑 운 적도 있다”면서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모른다는 게 가장 괴롭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0일 각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보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신종 코로나 관련 위기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광역시·도를 비롯해 산하 기초지자체에서도 자체적으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 조치에 따른 각 보건소 인력 지원현황은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다. 정부 지침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아서다. 경기도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 정부에서 대책본부를 운영하라고 지시는 내렸지만 형식이나 규모 등 세부적인 건 나온 게 없다”면서 “각 지자체에서 각자 방안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 잘 대응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인력 충원 면에서는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면서 “사태를 마무리하고 나서도 비상시 대응인력 교육을 철저하게 하는 등 전략을 잘 짜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