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망자 361명으로 ‘사스’ 넘었다, ‘사망 축소’ 의혹까지

입력 2020-02-04 04:01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후베이성 우한에 지은 훠선산병원의 내부 모습이 3일 공개됐다. 병상 1000개 규모로 열흘 만에 완공된 이 병원은 이날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AP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361명에 달하면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규모를 넘어섰다. 실제 사망자가 당국의 발표보다 훨씬 많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발병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시신을 담을 자루가 부족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3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만7205명, 사망자는 361명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내 확진자는 전날 부로 2829명, 사망자는 57명 늘었다. 일일 사망자가 50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사스 당시 규모를 넘어섰다. 사스 당시 중국 본토에서는 5327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349명이 숨졌다.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은 하루 만에 확진자가 2103명, 사망자는 56명 증가했다. 특히 후베이성 내 황강시는 확진자가 1246명, 사망자가 17명 증가해 우한에 이어 신종 코로나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지목됐다. 황강시는 저장성 원저우시와 함께 주민들에게 ‘외출 금지령’까지 내렸다.

중국 차이신(財新)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실제 사망자 수가 당국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실제 중국의 네티즌 팡빈이 우한의 제5병원 입구에서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5분 동안 8구의 시신이 자루에 담겨 병원 밖으로 실려 나갔다. 팡빈이 병원 직원에게 “안에 시신이 얼마나 많으냐”고 묻자 “아직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팡빈은 지난 1일 이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당국에 체포돼 다음 날 풀려났다. 우한의 한 장례업체는 “시신을 담을 자루가 부족하니 기증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우한과 황강에는 의료시설과 물자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지정병원 책임자는 차이신에 “이틀 동안 병원 내에 80명의 폐부 감염 환자가 찾아왔지만 5명만 입원했다”며 “나머지 75명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의사도 “600명의 중증 환자가 있었지만, 검사 재료인 핵산 검사지가 부족해 한 건도 확진 판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경우 사망 원인은 신종 코로나가 아니라 ‘폐렴 사망자’나 ‘미 확진 사망자’ 등으로 기록된다.

아버지가 격리된 사이 17세 뇌성마비 아들이 6일 만에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격리나 제한 조치에 따른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연장한 춘제 연휴 기간이 2일로 종료되면서 보건 당국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베이징과 톈진, 청두, 란저우, 뤄양 등 15개 도시는 대중교통 이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 5부제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고 주요 도시들은 택시 운전사와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사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또 베이징과 상하이, 충칭, 항저우, 장쑤, 광둥 등 귀경객이 많은 지역은 기업의 현장 업무 재개 날짜를 9일로 미뤄 필수 업종을 제외한 일반 기업들은 재택근무 또는 휴무를 하도록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