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등 전지(배터리) 업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매출이 늘었음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잇따르면서 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전망은 밝다. 유럽의 환경규제 강화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고, 5G 시장 성장으로 소형 배터리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2019년 전체 매출 28조6250억원, 영업이익 8956억원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0.1%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석유화학 사업 15조5000억원, 배터리 8조4000억원, 첨단소재 4조9000억원, 생명과학 6000억원, 팜한농 6000억원이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ESS 화재와 관련해 신뢰 회복과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고강도 화재방지 대책을 세워 약 3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마련했다”며 “그 결과 4분기 실적 악화와 더불어 당기순익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전년 실적이 부진했으나 LG화학은 올해 사업 목표를 총 매출 35조3000억원으로 잡았다. 이 가운데 석유화학이 15조7000억원, 배터리사업은 전년(8조4000억원) 대비 2배가량 증가한 15조원을 목표치로 세웠다.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전기차 시장이 올해부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동차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자동차 배터리 생산량를 올해 말까지 100GWh, 내년 20GWh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는 120GWh의 생산량 확보를 바라보고 있다. LG화학 측은 “생산량 확대를 위한 전지부문 투자는 지난해 3조8000억원, 올해도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 LG화학이 올해 사업 청사진을 밝힌 이날 주가는 33만7500원에서 35만원으로 올랐다.
앞서 지난달 30일 2019년 실적을 발표한 삼성SDI도 매출액은 전년(9조1583억원)보다 10.3% 늘어난 10조97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7150억원)에 비해 35.4% 줄어든 4622억원에 그쳤다. ESS 화재를 방지할 ‘특수 소화 시스템’을 전국 1000여개 사이트에 설치하느라 쓴 2000억원의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SDI도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ESS 시장 수요도 약 16GWh 규모로 26%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