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칸타타] 생명 살리는 엄마는 ‘하나님 사랑’ 전달자

입력 2020-02-05 00:04
김태은 대표가 최근 경기도 김포의 한 카페에서 엄마를 위한 맘스라디오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포=강민석 선임기자

‘아이를 잘 키우도록 돕는 엄마들을 위한 라디오가 없을까.’

2015년 돌이 갓 지난 딸을 돌보며 라디오를 듣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스쳤다. 초보 엄마였던 그는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지만, 엄마 역할이 부담스럽고 서툴렀다. 지인들에게 이 생각을 이야기하니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며 응원했다. 방송사에서 10년 이상 일한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여성) 작가는 이렇게 다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육아하는 엄마들의 지혜를 모으고 엄마들을 격려하며 소통하고 싶었다. 김태은(43) 맘스라디오 대표 이야기다. 최근 ‘엄마는 유튜브로 연봉 번다’를 출간한 김 대표를 경기도 김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3년 결혼한 김 대표는 이듬해 딸을 출산한 뒤 조리원에서 2주간 지내다 퇴소한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임신했을 땐 축하를 많이 받았는데 조리원 퇴소 후 너무 막막했어요. 이틀 동안 방에서 아기랑 함께 울었어요. 제가 더 좋은 엄마였으면 아기가 고생을 안 할 텐데 육아가 두렵더라고요. 쩔쩔매고 있을 때 교회 권사님이 방문해 기도해주신 게 큰 힘이 됐어요. 이후 마음을 잡고 육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죠.”

김 대표는 자신의 집 한쪽에서 엄마들과 아이디어를 모으며 엄마들을 위한 맘스라디오를 기획했다. 경단녀 엄마들이 하나둘 모였다. 맘스라디오는 2015년 8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이디어융합팩토리 우수상에 당선돼 지원을 받았다. 지원금으로 김 대표의 집에서 팟캐스트 라디오를 녹음하고 앱을 제작했다. 작가였던 김 대표는 기획자 역할을 했다.

김태은 대표가 2015년 12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아이디어팩토리 우수상 전시회를 갖는 모습. 맘스라디오 제공

김 대표의 어린 딸은 엄마와 떨어지길 싫어했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날엔 친정엄마가 애를 봐주셨지만, 딸이 갑자기 방에 들어오는 돌발 상황도 있었다. 아기 띠를 메고 라디오를 진행하는 일도 있었다. 맘스라디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라디오를 하고 싶다는 엄마들이 너무 많았어요. 다들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죠. 경단녀 엄마들은 다른 이들에게 나눌 콘텐츠가 있었어요. 마이크만 대면 술술 말을 잘하시더라고요. 육아하며 자신을 잃은 것 같다던 엄마들이 점점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것을 기회로 도전을 받은 이들은 취업도 하고 자기 길을 찾아갔죠. 엄마들의 무대를 만든 것을 보며 뿌듯했어요.”

그러나 육아도 그러하듯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지원금도 어느덧 바닥이 보이고 관계 등에서 어려움이 생겼다. 김 대표는 ‘하나님, 돈도 없는데 여기서 안 되면 그만둘게요’라는 푸념 섞인 기도를 했다. 하나님은 뜻밖의 길로 응답하셨다. 사업의 길이 열린 것이다. 2016년 4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업발전소’로 선정돼 지원금으로 사무실을 구하고 장비를 샀다. 같은 해 10월 주식회사 ‘맘스라디오’ 법인이 설립됐다. 기적의 연속이었다. 녹음 장소가 방이 아닌 스튜디오로 발전한 것이다.

맘스라디오는 20여명의 엄마들과 함께 출산 양육 교육 등 30여개의 팟캐스트를 통해 필요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팟캐스트로 진행된 라디오 콘텐츠는 2017년 유튜브 채널 ‘맘스라디오’로 전향했다. 엄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뒀다. ‘경단녀’ 엄마들은 아이 양육과 소통에 관심이 있었지만,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들의 관심사를 파악한 김 대표가 기획한 프로그램 ‘부자엄마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했다. 재테크를 통해 목돈을 만든 전문가를 초대해 만든 유튜브 영상은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사업은 육아와 비슷하다”고 했다. 직장인보다 더 모험적인 일들이 수두룩하다. 직원 월급 등 고정 비용 지출도 감당해야 한다. 대표의 책임감도 무거웠다. 그는 방송 이외에 홍보물 제작, 콘텐츠 기획 등의 업무도 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엄마들이 힘을 얻었다는 반응을 들으면 그때만큼 보람된 적도 없었다.

“엄마들이 방송을 들으며 많이 우신다고 하셔요. 백령도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 독자가 있었고,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도움의 손길도 보내셨어요. 신기하게 엄마들을 위해 이런 분야를 방송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콘텐츠가 나오죠. 작가 생활 14년보다 지금이 더 만족스러워요.”

김 대표는 엄마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고비 때마다 길을 열어주시는 과정을 보며 깨달았다. 김 대표는 “생명을 살리는 엄마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도와주신 것 같다”며 “엄마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전달자다. 하나님의 선교 전략이 가정 그중에서도 엄마를 향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시대 엄마들을 향해선 “엄마들이 자기 자신을 잘 챙기지 않으면 방전되기 쉽다. 내일을 준비하는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꼭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