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감염 10만명 이상 추정도… 고조되는 판데믹 공포

입력 2020-02-04 04:04
지난 1일 중국 안후이성 푸양의 한 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를 격리 병동으로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가 판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병)으로 번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신종 코로나 감염자 수가 현재 집계된 수치보다 훨씬 많은 10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추정치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는 전염성 측면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훌쩍 뛰어넘어 독감에 필적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신종 코로나가 2개 이상 대륙에서 확산하는 판데믹으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2일(현지시간) 감염병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등 여러 나라가 강력한 여행금지 및 방역 조치를 취했지만 신종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가 얼마나 치명적일지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인간 간 전염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NIH)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신종 코로나는) 전염성이 매우 높다”며 “판데믹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토머스 프리든 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도 “바이러스를 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가) 얼마나 멀리 퍼질지, 얼마나 치명적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는 단 3주 동안 확진자가 50명 남짓에서 1만7000명 이상으로 폭증했으며 사망자는 360명을 넘어섰다. 2003년 7월 종식 선언까지 약 9개월 동안 확진자가 8098명 나왔던 사스, 2012년 처음 발견된 이래 전 세계에서 2500여명을 감염시킨 메르스와 비교하면 전염 속도가 폭발적으로 빠르다. NYT는 “다양한 역학 분석 모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의 실제 감염자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지는 불투명하다. 사스의 치사율은 10% 정도로 집계됐으며, 메르스는 대략 감염자 3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치사율이 2.5% 수준에 불과했지만 감염자가 워낙 많았고 의료 수준도 낙후됐던 탓에 사망자는 2000만~50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신종 플루 역시 치사율은 0.02%에 불과했지만 약 28만5000명이 사망했다.

현재 확인된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은 2% 정도다. 다양한 시험이 이뤄지고 증상이 미약한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치사율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빠른 전염성을 감안하면 치사율이 낮더라도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피터 피오트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장은 “신종 코로나의 전염 양상이 사스보다 신종 플루와 유사해 우려스럽다”며 “치사율이 단 1%라도 100만명이 감염되면 1만명이 사망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