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의 초라한 감염병 리더십

입력 2020-02-04 04:02
3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나란히 하락했다.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더욱 늘어났다. 조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확산세가 가팔라진 지난달 28~31일 실시됐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는 국면에 여야 정당은 아무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정쟁만 되풀이하는 행태를 보며 실망한 국민의 여론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퍼져가는 바이러스 앞에서 정치권이 보여준 리더십은 초라하기만 했다. 한쪽은 신종 코로나, 다른 쪽은 우한 폐렴이라 부르면서 용어부터 갈라졌다. 우한 교민 수용 지역을 놓고는 여당 텃밭, 야당 텃밭 운운하며 정치적 공방을 벌였다. 각각 태스크포스(TF)를 꾸렸을 뿐 정부 대응을 뒷받침할 국회 차원의 통합적인 TF는 아직도 구성되지 않았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뒤 2주 동안 정부와 여당은 뒷북조치를 거듭하며 실력의 한계를 드러냈고, 제1야당은 그것을 비난하고 공격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을 뿐 실질적인 대안과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법과 검찰 개혁 법안을 놓고는 그렇게 치열했던 국회가 정작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에선 다시 무능과 무기력에 빠졌다.

이날 여야는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244건이나 되고 그중에는 검역법 개정안이 포함돼 있다. 지금의 검역법은 1954년 제정됐다. 70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부분 개정만 있었을 뿐 여전히 1950년대의 틀에 갇혀 있다. 개정안은 감염병 유행지역 분류 방식부터 달라지고, 잠복기가 길어서 무증상 감염 상태인 경우를 감안해 검역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해 10월 발의 이후 계류돼 온 상태다. 이런 법이 진작 만들어졌다면 이번 사태의 대응이 초기부터 달랐을지 모른다. 여야는 뒤늦게라도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말로만 외치는 초당적 협력을 넘어 구체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 관련 법안 처리부터 지역별 방역 활동 지원까지 함께할 일은 무수히 많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하다간 여야 정당 모두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도 계속 커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