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6분13초 전 ‘영웅 드라마’… 마홈스 시대 고하다

입력 2020-02-04 04:09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가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의 NFL 챔피언결정전 제54회 슈퍼볼에서 4쿼터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마홈스가 경기 뒤 우승컵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 USA투데이로이터연합뉴스

4쿼터 종료 6분여까지 점수는 10점차 열세.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명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슈퍼볼 우승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젊은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25)는 포기를 몰랐다. 철벽 같은 샌프란시스코의 가로채기와 수비에 내내 고생했던 마홈스의 패스는 패배의 그늘이 짙어질 때 빛을 발했다. 그리고 믿기 힘든 대역전을 이뤄냈다.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마홈스가 미국프로풋볼(NFL) 데뷔 3년차 만에 팀을 50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우승을 통해 마홈스가 역대 최고의 쿼터백이라고 불리는 톰 브래디(43·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뒤를 이으며 새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캔자스시티는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NFL 챔피언결정전 제54회 슈퍼볼에서 샌프란시스코에 31대 2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캔자스시티는 팀이 첫 슈퍼볼 우승을 차지한 1970년 이후 반세기 만에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슈퍼볼 우승컵)를 들어올렸다.

50년 만의 우승을 향한 여정은 험난했다.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캔자스시티였지만 최강 방패 샌프란시스코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마홈스도 1쿼터에 러싱 터치다운을 하나 기록했지만 이후 역할은 미미했다. 캔자스시티는 10-10 동점을 허용한 채 전반을 마쳤다.

3쿼터에는 샌프란시스코의 공세에 캔자스시티가 완전히 밀렸다. 샌프란시스코는 마홈스가 3쿼터 두 개의 인터셉션(가로채기)을 허용하며 부진한 틈을 놓치지 않고 키커 로비 골드의 42야드 필드골, 러닝백 라힘 모스터트의 1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묶어 20-10으로 앞서나갔다.

영웅은 위기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경기 종료 6분13초 전 트래비스 켈시에게 절묘한 패스를 건네 1야드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17-20으로 따라갔다. 이어 마홈스는 장거리(38야드) 패스를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한 뒤 5야드 패싱 터치다운을 기록해 경기 종료 2분44초 전 24-20으로 마침내 역전을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 아버지 팻 마홈스의 피를 이어받아 타고난 강견인 마홈스는 이번 대회를 통해 NFL 역사의 획을 그었다. 4쿼터 맹활약으로 마홈스는 슈퍼볼 MVP에 선정됐는데 이는 역대 최연소(24세 158일) 수상 기록이다. 또 리그 MVP와 슈퍼볼 우승을 모두 거머쥔 최연소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세 차례 10점 차 이상 뒤진 경기를 역전시킨 NFL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초의 선수가 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슈퍼볼은 대선 후보들의 광고 전쟁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60초짜리 TV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각각 1100만 달러(130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