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40대 남성 환자 사망… 중국 외 국가 최초

입력 2020-02-03 04:05
홍콩에서 1일 한 남성이 신종코로나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생필품을 사고 있다. AFP연합뉴스

필리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처음으로 사망했다. 중국 외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중국 내에선 누적 확진자가 1만5000명에 육박하고, 누적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서는 등 신종 코로나 확산 기세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프란시스코 두케 필리핀 보건부 장관은 2일 중국 우한 출신 44세 남성이 전날 신종 코로나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 남성은 필리핀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던 38세 중국 여성과 함께 우한을 출발한 뒤 홍콩을 경유해 지난달 21일 필리핀에 도착했고 같은 달 25일부터 격리 치료를 받아 왔다. 두케 장관은 “이 남성은 치료 중 심각한 폐렴 증세가 나타났다”며 “최근 며칠 상태는 안정적이었지만 지난 24시간 동안 상태가 악화돼 결국 숨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이날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1만4380명, 사망자는 304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2590명, 사망자는 45명 늘어난 것이다. 발병지인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지역에서만 확진자가 1921명, 사망자는 45명 증가했다. 사망자가 모두 이 지역에서 나오는 등 후베이성이 여전히 신종 코로나가 가장 왕성하게 확산되는 지역인 셈이다.

하지만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후베이성 외 일일 확진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달 30일 762명으로 최다를 기록했으나 31일에는 755명, 1일에는 669명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중국 내 의심환자가 1만9544명에 달하는 데다 의료 관찰을 받고 있는 사람도 13만7594명에 달해 진정 여부를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우한에 긴급 설치한 응급병원을 각각 3일과 6일부터 가동하기로 하는 등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후베이성은 춘제 연휴를 오는 13일까지로 재연장하고 각급 학교도 개학을 연기했다.

후베이성 내에서 우한과 78㎞ 떨어져 있는 인구 750만명의 황강(黃岡)시는 시민들에게 사상 초유의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황강 내 모든 가구는 이틀에 한 번씩 1명만 외출해 생필품 등을 구매할 수 있으며 이를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우한에서 차량 통행 금지령이 시행되긴 했지만, 전면적 외출 금지령은 처음이다. 우한과 멀리 떨어진 중국 동부 저장성 윈저우시도 1주일간의 외출 금지령을 발동했다.

리커창 총리는 마스크와 소독제, 채소 등 의료 및 생필품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는 한편 의료 물자 및 채소, 육류 공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노석철 특파원, 장지영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