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투쟁하는 중도(정치)를 하겠다”며 창당을 선언했다.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당시 중도 노선을 계승해 4·15 총선에서 중도·무당층 표심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안철수 신당’은 국민의당 창당 때보다도 늦어진 창당 일정에다 소수의 현역 의원 확보를 비롯한 현실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실용적 중도 노선을 내세운 ‘안철수 브랜드’ 자체가 큰 주목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국회에서 ‘안철수의 신당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에 만들려는 신당은 다른 정당들과 같은 또 하나의 정당이 절대로 아니다”며 ‘작은 정당, 공유 정당, 혁신 정당’을 신당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기성 정당을 ‘가장 낙후된 집단’이라고 비판하면서 “기존 정당의 틀과 관성도 앞장서서 파괴하며 무책임한 정치를 퇴출시키고자 한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신당의 실용적 중도 노선은 탈(脫)이념과 탈진영, 탈지역을 기치로 한다”며 “좌우 기득권 정치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당 창당 시점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로 전망된다. 신당추진위원장은 외부 인사로 내정돼 있으며, 신당의 상징색은 주황색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장외 집회에 참여하기보다 국회 내에서 열심히 투쟁하는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며 신당의 국고보조금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안철수 신당의 성공 가능성과 관련해선 전망이 분분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높아진 만큼 중도 정당이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여당과 야당 모두의 비판을 받기 십상인 중도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독자적인 지지 세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에 중도 성향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안 전 대표는 안철수표 중도 노선이 모호하다는 정치권 안팎의 지적에 대해 “무식하거나 기득권 정치를 보호하려고 하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중도·보수통합 논의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번에 네 번째 신당 카드를 들고 나온 안철수 브랜드에 대한 피로감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10~12일 전국 19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정치 지도자 호감도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한 결과 안 전 대표는 조사 대상 7명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세 규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현역 의원 수에 따라 정당별 국고보조금과 투표용지 기호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계 의원 7명 중 6명이 비례대표라 현역 의원 신분을 유지한 채 신당에 합류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하며 당적을 바꾸려면 당으로부터 제명돼야 하는데 바른미래당은 제명 절차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의당 때도 선거 당일까지 망할 거라고 저주를 퍼부은 사람이 90%였다”며 “그때에 비하면 오히려 분위기가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