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중국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자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 금지, 국경 폐쇄, 비자발급 중단 등 중국발(發) 입국자를 차단하는 국가가 60여개국에 이른다. 중국발 입국자 차단 조치는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에 대해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면서도 여행과 무역 제한이 불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세계 각국은 WHO의 권고와 달리 중국인과 중국을 경유한 여행자에 대한 강경대응에 나섰다. CNN은 1일(현지시간) 현재 62개국이 대 중국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북한과 마셜제도, 사모아, 트리니다드토바고, 파푸아뉴기니 등은 일찌감치 강력한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는 아예 아시아 지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막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베트남, 몽골, 네팔은 국경을 폐쇄했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 관련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했다. 호주와 싱가포르도 중국 본토를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고 뉴질랜드도 2일 중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역시 1일부터 최근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없음에도 과테말라는 중국 체류자에 대해 중국 출발 후 15일간 자국 입국을 금지했고, 엘살바도르도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했다. 이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중국인에 대해 비자발급을 중단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중국행 항공노선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으며, 주요 항공사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1일부터, 파키스탄은 2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러시아도 1일부터 모스크바 외 지역 공항에서의 중국행 정기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고 베트남은 1일부터 중국 본토는 물론 중화권 모든 노선의 항공편 운항을 무기한 중단했다.
세계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BBC 방송은 “세계 각국이 중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국경을 닫았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는 “중국과 세계 사이에 새로운 벽이 솟아올랐다”고 평가했다.
홍콩 의료계는 중국 접경의 전면 봉쇄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공공병원 노조인 의관국직원연맹은 전날 파업 찬반 투표에서 총 3156명 중 3123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반대는 10표에 그쳤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본토의 모든 방문객을 차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앞서 중국을 오가는 고속철도 및 페리 운행을 중단했으나 홍콩 시민들은 ‘접경 봉쇄’를 주장하면서 사제폭탄을 터트리거나 경찰서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악몽이 여전한 데다 홍콩 시위 과정에서 반중 감정이 심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지영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