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난’ 한진그룹… 조원태, 경영권 방어할 수 있을까

입력 2020-02-03 04:01

‘한진가(家) 남매의 난’이 격화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험로로 내몰리고 있다. 3남매의 지분 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반(反)조원태 진영의 연대가 공고해진 탓에 ‘캐스팅보트’격인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을 견제했던 국민연금 등을 우호지분으로 단속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은 최근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이들 3자는 지난 주말 공동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재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이 현 경영진에 의해서는 개선될 수 없고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경영혁신,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주총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진 총수 일가 견제의 선봉에 선 KCGI는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집해 지분율을 17.29%로 끌어올려 놓은 상황이다. 최근 경영 참가를 전격 선언한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8.28%(의결권 유효 기준 8.20%)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동생 조 회장과 갈등을 겪고 있는 조 전 부사장이 지분 6.49% 등 이들이 확보한 지분만 31.98%에 달한다.

조 전 부사장은 호텔사업 복귀를 두고 조 회장과 의견차가 확인되자 그룹 경영권 포기라는 배수의 진과 함께 독자노선을 결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2일 “조 회장이 (호텔사업 등) 비핵심사업 매각을 거론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됐고, 이에 조 전 부사장이 가족보다 실리를 택한 것”이라며 “표 대결에서 승리한다면 호텔사업 부문을 분리해 가져가겠다는 구상으로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조 회장 측은 자신이 보유한 6.52%,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 4.15% 등을 더해 10.67%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백기사 역할을 기대해 온 델타항공(10%), 최근 업무협약을 맺은 카카오(1%) 등을 우호지분으로 간주하더라도 20%대 초반의 지분에 그친다. 주총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조 회장의 연임과 경영권 방어는 어려워진다. 주총 참석률이 77%였던 지난해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약 40% 지분 확보가 마지노선으로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은 국민연금(4.11%), 어머니 이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누구 손을 들어줄지 여부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가족회동에서 불거진 모자간 불협화음을 공동사과문으로 일단 봉합한 양측이 선대 유훈에 따라 가족끼리 뭉치지 않는다면 조 회장의 사면초가는 한층 가속화된다.

국민연금의 선택 역시 일반 주주표 쏠림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는 등 오너 일가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다. 올해 주총에서도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전망이라 조 회장으로선 ‘적’에 가까운 국민연금의 입장을 반전시킬 주주친화책 등 추가 카드 제시가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