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美 중동평화구상 거부”

입력 2020-02-03 04:07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아랍연맹(AL) 회의에 참석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 AFP연합뉴스

아랍권 국제기구인 아랍연맹(AL)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을 거부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를 공습하면서 중동평화구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아랍연맹은 1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회원국 외무장관회의를 연 뒤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세기의 거래’(중동평화구상을 가리키는 표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최소한 권리와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어 아랍연맹 국가들은 중동평화구상을 이행하려는 미국 행정부와 협력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에 대해 “2개 계급 시민으로 구성된 하나의 국가와 마찬가지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것은 아파르트헤이트(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라고 주장했다.

아랍연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 아랍권 22개국이 회원국이고 본부는 카이로에 있다. 이날 긴급회의는 팔레스타인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이 자리에서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을 평화 중재자로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보 관계를 포함해 미국, 이스라엘과 모든 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랍연맹이 거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은 추진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는데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구상에 대해 팔레스타인 측은 즉각 거부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는 중동평화구상 발표 이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부터 1일 새벽까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를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로켓포, 박격포 등이 발사된 것에 대한 대응조치로 우리 전투기가 가자지구의 하마스 테러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인 수천명이 중동평화구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발포하면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1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