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 관련 위로 서한을 보낸 데 대해 중국 인민일보가 1면 상단 톱뉴스로 게재하는 등 특급 대우를 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돼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반면 북·중 간 우애는 여전히 공고함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중국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한 전염성 폐염(폐렴)을 막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서한을 보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이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1월 31일 결정에 따라 당 중앙위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지원금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서한·위로금을 보낸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같은 날 방중한 김성남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우리 당과 인민은 중국에서 발생한 이번 전염병 발병 사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한 집안 식구, 친혈육이 당한 피해로 여기고 있다”며 “형제적 중국 인민들이 겪는 아픔과 시련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돕고 싶은 진정을 전한다”고 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위문했다는 사실을 2일 1면 오른쪽 상단 톱뉴스로 보도하며 부각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위로 메시지를 2면에 묶어서 처리한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을 각별히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혈육과 지원금 관련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신문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북한노동당, 인민의 위로와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신종 코로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한 데 이어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유일한 항공 노선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바이러스 유입 방지에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평양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간 항공편 운항이 잠정적으로 중단된다”고 밝혔다. 평양∼블라디보스토크 간 정기노선은 고려항공의 항공편이 유일하며, 고려항공은 일주일에 두 차례(월·금) 해당 노선을 운항해 왔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신종 코로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조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