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농협맨’ 수도권 출신 첫 중앙회장 됐다

입력 2020-02-03 04:03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관에서 치러진 23대 중앙회장 선거를 마친 뒤 두 팔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절차탁마(切磋琢磨)’.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관에서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성희(71) 신임 회장에게 따라붙는 평가다. 이 회장은 10명의 후보자 가운데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지지표를 얻었다. 이후 진행된 결선투표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수 상위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갖는다. 이 회장은 293표 중 177표(60.4%)를 얻어 유남영 후보를 제치고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2016년에 실시된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달리 뒷심이 돋보였다. 당시 이 회장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결선투표에서는 김병원 전 회장에게 밀려 2위에 그쳤었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지지표가 김 전 회장에게 몰리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었다. 농협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2일 “4년간 묵묵히 준비해 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첫 수도권 출신 회장이라는 기록의 주인공이 된 이 회장은 50년 가까이 농협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장안대를 졸업한 뒤 1971년 경기도 성남 낙생농협에 입사한 이 회장은 1998년 낙생농협을 대표하는 조합장 자리를 맡았다. 실적이 저조했던 낙생농협은 이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인접한 판교 개발이라는 호재가 실적 개선에 날개를 달았었다.

이 회장은 지역 농협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에서도 요직을 거쳤다. 2003~2010년 농협중앙회 이사를 역임하며 보직을 맡았다. 특히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감사위원장을 지낸 경험은 이번 선거에 큰 힘이 됐다. 당시 농협중앙회장이었던 최원병 전 회장이 후방 지원에 힘썼다는 후문도 있다.

이 회장은 합리적인 동시에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앞으로 4년 임기 동안 공약 실천에 힘 쏟을 예정이다. 이 회장은 주요 공약으로 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 도입, 농업인 월급·퇴직금제 도입, 농민수당 도입 등을 내세웠다. 그는 “농협이 농민·조합원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