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울교대 대면식 성희롱 아니다”

입력 2020-02-03 04:04

여학생들의 외모 ‘등급’을 매겼다는 이유로 징계 조치된 서울교대 남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징계 불복 소송을 내 승소했다. 남학생들의 구체적 행동 자체를 성희롱으로 보긴 어렵고, 학교가 징계를 내린 과정에 절차적인 문제도 있었다는 이유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이 같은 관행을 없애기 위한 자체적 노력이 있었다고도 재판부는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16학번 남학생 이모씨 등 6명이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학과 남학생들이 과거 남학생들끼리만 ‘대면식’을 갖고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2016년 이후에도 이씨 등이 그 같은 행동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남학생들이 호감 가는 여학생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지만 그 자체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온라인 커뮤니티, 학내 대자보 등으로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의 성희롱 의혹이 폭로되며 불거졌다.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자 재학생과 졸업생이 같은 과 여학생들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담긴 ‘스케치북’을 만들어 얼굴과 몸매의 등급을 매겼다”는 폭로였다.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랐고, 대학 진상조사와 교육청의 감사가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13학번부터 17학번은 모두 사과문을 통해 사죄했다. 다만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한 다른 학번들과 달리 16학번과 17학번은 “‘스케치북’의 존재를 몰랐고 성희롱도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럼에도 이씨 등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 같은 성희롱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결론과 함께 학교로부터 3주간의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16학번인 이씨 등 6명은 이 때문에 매년 1회 있는 교육실습에 참여하지 못해 졸업이 1년 늦춰졌다.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씨 등은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이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남학생만 모여 1명씩 호감 가는 여성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으로 보일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 자체가 서울교대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이나 성적 대상화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 등이 포함된 16학번 이하 재학생들이 대면식에서의 옛 악습을 따라하지 않으려 했던 점도 재판부의 판단에 참고됐다. 재판부는 “남학생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여자 희롱도 없앴으니 다른 악습도 없애자’는 대화를 나눈 것을 보면 자체적으로 과거 대면식의 악습을 없애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17년 신입생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절대로 외모 평가 등을 기재하지 말라”는 선배의 지시가 있었던 점 등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징계를 조치한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대학이) 징계 처분 전에 이씨 등에게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고, 의견을 제출할 충분한 기한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