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수용여부를 놓고 격렬한 반대시위까지 일어났던 충청지역에서 이번엔 ‘우리가 대한민국이다!’ 운동이 벌어질 조짐이다. “왜 우리만 전염병에 노출돼야 하나”는 식의 지역이기주의를 떨쳐버리고 “모두가 나서서 우한 교민은 물론, 침체일로인 지역경제까지 살려내자”는 취지다. 수용시설이 위치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는 이들 교민에게 전해달라는 성금과 모금물품이 전국 각지에서 답지하고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다’운동을 처음 제기한 것은 양승조(사진) 충남지사다. 527명이 수용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임시 도지사실과 충남도청 상황실을 마련한 양 지사는 지난 30일부터 도청상황실이 설치된 초사2통 마을회관 인근 빈집에 임시거처까지 마련했다. 매일 이곳 주민들과 함께 우한 교민이 모두 퇴소할 때까지 동거동락하겠다는 결연한 각오의 표현이다.
그는 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은 우리나라 전체의 위기”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저부터 온몸으로 이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신념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산시민들은 ‘교민=신종 코로나 감염’이란 공포감을 말끔히 없애고 수용된 교민들을 돕겠다고 나섰다”면서 “이곳을 방문해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교민들을 격려해달라고 충남도민, 아니 우리 국민 전체에게 호소하고 싶다”고 했다.
충남도는 이같은 방침에 따라 지난 31일부터 도 산하기관과 단체들까지 아산을 찾아 간부회의를 갖고 인근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함께 했다. 우한 교민 수용시설이 설치된다는 소식에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아산과 덕산, 온양 등 온천관광지 자영업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이다.
현장집무실에는 비서실 직원 5~6명이 상주 중이며 신종 코로나 관련업무 뿐 아니라 각종 도정 업무처리와 접견, 정책 현장 방문 등이 이곳에서 처리된다. 충남도 실·국·원장 회의와 경제상황종합대책회의 등 규모가 큰 회의는 마을회관 근처 호프집을 대여해 만든 임시 회의장소에서 진행된다.
양 지사는 “이 운동이 충남에서 시작됐지만, 국민 모두가 함께해 위기를 극복하기 바란다”면서 “이 운동이 성과를 낸다면 재난발생의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 지사는 ‘우리가 대한민국이다’운동의 확산을 위해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모임인 시·도지사협의회에 협조를 건의하는 한편, 공익광고도 제작할 계획이다. 그는 “비슷한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우왕좌왕하는 홍역을 치러선 안된다”면서 “감염에 노출되지 않게 온 힘을 기울이는 것만큼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더 옆에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시생활시설 입소 교민과 인근 주민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아산 지역기업인 찬양ENG·뉴젠스는 2000만 원 상당의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전달했다. 부산의 한 업체는 가습기 600개, 가수 홍진영씨도 마스크 5000여개를 기부했다. GS리테일은 진천군에 교민용 2주일분 도시락 1만여개와 생수 1만2000개, 컵라면 2000개, 물티슈·구강청결제·치약과 칫솔 세트 각 500개를 지원키로 했다. CJ제일제당은 3000만원 상당의 즉석식품을 지원키로 했다.
한국감정원은 어린이 마스크 1000개, 성인용 마스크 2000개, 손세정제 등 500만원 어치의 개인 위생용품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방역업체 케이글로벌은 인재개발원이 있는 진천 덕산읍 소재 20곳 어린이집을 무료로 소독해줬다. 서울 성동구청도 손 세정제 1300여개를 전달할 예정이다.
아산·진천=전희진 홍성헌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