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신당’의 성공조건

입력 2020-02-03 04:03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실용적 중도노선을 지향하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지 나흘 만에 나온 선언이다.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 대비하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이다. 정계 입문 이후 창당과 탈당을 반복해온 안 전 대표가 또 신당을 창당하면 새정치민주연합(2014년) 국민의당(2016년) 바른미래당(2018년)에 이은 네 번째 당이 된다. 2년마다 신당을 창당하는 셈이다.

그는 작은 정당, 공유정당, 혁신정당을 신당의 3대 지향점으로 내세웠다. 정당 규모와 국고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작은 정당, 모바일플랫폼을 통해 당원들이 당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유정당, 국고보조금의 예산과 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혁신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의 실현을 위해 정치개혁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당법과 국회법을 개혁해 일하는 정치, 일하는 국회, 일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탈이념, 탈진영, 탈지역을 통해 기존 정당과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국 정치의 나아갈 방향을 꼭 집은 안 전 대표의 비전과 청사진은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이상만 갖고 안 되는 게 정치다. 온갖 미사여구를 나열했지만 안 전 대표가 그리는 신당은 더불어민주당은 싫고 자유한국당은 마뜩잖은 ‘반민비한’ 세력의 집합체가 될 게 확실하다. 최근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무당층이 증가한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제3지대는 존재하고 또 확장되는 추세다.

분명 신당에 우호적인 조건이다. 그렇다고 제3지대 대부분이 신당을 지지할지는 불분명하다. 민주당과 한국당에 만족을 느끼지 못했듯이 신당이 전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이들은 언제든 새로운 지지대상을 찾아 떠난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안 전 대표와 함께하려는 현역 의원이 적은 것도 신당의 한계로 지적된다.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호남계 의원들은 사실상 떨어져 나갔다. 신당에 20대 총선 같은 국민의당 바람이 다시 불 것으로 기대했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신당이 국민에게 납득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반민비한 세력에 기대는 소극적 자세로는 성공할 수 없다.